KT엠모바일이 모회사 KT의 대대적 사업재편 대상에 오를 걱정을 덜고 있다.

KT엠모바일은 알뜰폰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며 수익성 개선에 진전을 보이는데 올해 들어 알뜰폰시장이 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영업이익을 내 흑자전환 가능성도 나온다.
KT엠모바일 흑자전환 바라봐, 구현모 사업재편 비켜날 수도

▲ KT엠모바일 모델의 홍보행사 모습. < KT엠모바일>


 
3일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알뜰폰시장은 2020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5G 중심의 통신시장에서 내리막길을 걸었으나 자급제폰의 인기, 정부의 활성화정책 등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올해 초에는 번호이동, 신규가입 등 증가율 지표에서 알뜰폰이 이동통신3사에 앞서가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이동통신사들의 도매대가 인하로 앞으로 알뜰폰이 LTE뿐 아니라 5G 요금제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KT엠모바일에게는 자체 실적 개선만큼이나 모회사에 기여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알뜰폰시장의 활성화가 주는 의미가 크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그룹사 사이 ‘전략적 시너지’ 등을 강조하며 사업재편의 칼날을 빼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구 사장은 2021년 취임 2년차에 들어서 그룹사 구조개편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KT엠모바일도 구 대표가 변화를 줄 수 있는 대상으로 오르내렸다.

KT엠모바일이 2015년 설립 뒤 영업손실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10월 말 그룹 계열사 KT스카이라이프가 알뜰폰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면서 사업이 중복된다는 점에서 사업재편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동통신시장에서 알뜰폰의 주요 고객층, 입지가 달라지면서 KT를 비롯한 이동통신사들의 모바일사업 전략에서 알뜰폰 자회사의 중요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KT엠모바일은 알뜰폰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면서 모회사 KT의 알뜰폰망 점유율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2월 후불요금제 기준 KT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 수는 386만5072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75% 급증했다.

가입자가 늘며 KT엠모바일이 KT에 지불하는 무선망 임대료도 2019년 상반기 311억 원에서 2020년 상반기 335억 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알뜰폰사업 전망은 더 좋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의 2021년 1월 한달 이동전화 번호이동 현황에 따르면 이동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순증 가입자가 5만6426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번호이동 가입자는 모두 줄어들었다.

알뜰폰은 아이폰12, 갤럭시S21 등 신규 5G스마트폰 이용자 유치경쟁에서도 선전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자급제폰의 핵심 소비층인 2030세대 사이에서 최신 5G자급제폰을 구매한 뒤 가성비 좋은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닷컴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S21 사전예약 판매에서 자급제폰 비중이 30%를 넘었다. 이전 모델인 갤럭시S20 때와 비교하면 3배가량 높은 수치다. 

KT엠모바일은 2020년 기존 알뜰폰시장 1위 사업자 CJ헬로가 LG헬로비전으로 기업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주춤하는 사이 공격적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늘리며 알뜰폰 1위(10%) 자리를 꿰찼다.

KT엠모바일은 알뜰폰시장의 새로운 고객층으로 떠오른 2030세대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21년 1월 주력인 LTE 요금제 9종류 이용자에게 1년 동안 매달 월 데이터 100GB를 추가로 주는 행사를 펼치고 있는데 이 프로모션 가입자의 68.8%가 2030세대다.

젊은 세대 이용자들이 동영상 등 대용량 콘텐츠 소비로 데이터 사용량이 많다는 점을 겨냥했다.

KT엠모바일은 앞서 2020년에는 KT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시즌’을 기본상품으로 제공하는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고 데이터 속도제한 요금제에 왓챠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는 등 혜택을 늘렸다.

또 고용량 데이터요금제 등을 출시하며 요금제 유형을 세분화해 각자의 소비패턴에 따라 요금제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선택하는 2030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KT엠모바일은 2017년 영업손실 408억 원, 2018년 125억 원, 2019년 81억 원을 내면서 해마다 적자를 줄이고 있다. 2020년에도 2030세대 가입자들을 유입하면서 실적을 개선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