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자회사에서 노동조합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공기업 등 공공기관들이 용역·위탁업체를 통해 고용하던 노동자들을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고용안정은 이뤄졌지만 임금체계 개편 등 제도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말이 나온다.
 
공기업 자회사 곳곳에서 파업, 고용안정 이뤘지만 처우개선에 불만

▲ 1일 서울역에서 열린 '코레일네트웍스 해고자 복직 및 합의이행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임금인상과 정년연장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노동계에 따르면 공기업 자회사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잇따라 임금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남부공항서비스 노조는 설명절 전날인 10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남부공항서비스는 한국공항공사의 자회사로 2019년 설립돼 정비, 기계, 통신 등 시설관리와 주차, 안내 등 운영업무를 맡고 있다. 

남부공항서비스 노조는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수준인 월 185만∼195만 원을 받고 있는데도 회사측이 최저수준이라는 현실을 외면하고 낮은 임금 인상률을 제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회사로 청소, 시설관리를 맡고 있는 인천공항시설관리도 사측과 노동조합의 임금인상 협상이 결렬돼 노조가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조합은 임금인상과 정년연장 등을 주장하며 85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코레일네트웍스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자회사로 역무, 발권, 콜센터, 주차관리, 특송 등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노조는 코레일네트웍스에 한국철도와 철도노조가 합의한 시중노임단가 100% 적용, 정년연장 등 합의사항을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코레일네트웍스가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지침 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해 11월 총파업에 들어갔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자회사인 지역난방안전의 노조원 200여 명은 지난해 12월14일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14일 동안 파업하기도 했다. 

지역난방공사는 위탁업체를 통해 고용해왔던 열수송관 설비 유지보수, 콜센터 노동자들을 정부의 방침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2018년에 지역난방안전을 설립했다.

지역난방안전 노조는 “안전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의 정직원이 됐지만 안전책임과 부담만 늘어났을 뿐 임금수준은 하청노동자 시절과 달라지지 않았다”며 파업에 들어갔고 결국 기본급을 3.3% 인상하기로 회사측과 협상한 뒤 14일 동안의 파업을 마쳤다. 

이처럼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자회사들이 임금 인상과 같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잇따라 파업에 나서는 것들 두고 노동계에서는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정부가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약속했다”며 “직접고용이나 자회사를 통한 고용 등으로 고용안정은 이뤄냈지만 처우 개선을 두고는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노동조건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뒤에서는 기획재정부를 통해 예산을 통제하는 등 정부 안에서도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약속한 처우 개선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인건비 예산지침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임금인상률을 기관의 특성에 맞게 조정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의 임금인상률을 해마다 결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20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을 보면 2020년 기준 공공기관 총인건비 인상률은 최저 1.8%에서 최대 4.3%다. 

하지만 최저임금에 머무르고 있는 임금을 시중 노임단가 수준으로 올리려면 정부가 규정한 4.3%보다 더 높은 임금인상률을 적용해야만 한다. 

시중 노임단가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상반기와 하반기에 두 차례 발표하는 건설업과 제조업부문 노동자의 평균노임을 말한다. 

하지만 공공기관으로서는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기획재정부가 해마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이를 초과해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면 임직원들은 성과급을 받을 수 없으며 낙제점을 받게 되면 기관장은 ‘경고’를 받아 자리에서 물러나야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코레일네트웍스는 사측과 노조가 노사합의를 통해 시중 노임단가 100%를 도입하기로 합의했음에도 기획재정부의 임금인상률을 이유로 임금인상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공공기관의 자회사들은 인건비를 모회사로부터 받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자회사의 임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모회사의 이익으로 남게 된다. 모회사로서는 자회사의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모회사가 자회사에게 인건비를 넘겨주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관의 임금체계 전반을 개선해야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019년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공공기관 가운데 임금이 높은 공공기관 상위 10%의 평균연봉은 9363만 원에 이르지만 하위 10%의 평균연봉은 4515만 원으로 공공기관 사이에서도 임금 격차가 2배에 이른다.

심 의원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임금 상위 공공기관과 하위 공공기관의 처음 출발선이 다른데 정률로 인상을 하고 있어 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득격차 해소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직무급제 도입 등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개편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공공기관의 임금체계가 불합리한 현재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범정부적 기구를 만들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