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콜센터(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을 해결하기 위해 콜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설까?

콜센터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면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정규적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기존 정규직노동조합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건강보험공단 콜센터노조 총파업, 김용익 정규직 전환 결단 쉽지 않아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지부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11곳의 노조원 940명은 이날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전국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직원 1623명 가운데 노조원이 아닌 700여 명만 상담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콜센터노조는 노동자들의 처우가 지나치게 열악하다며 건강보험공단에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건강보험공단 콜센터업무의 특성을 고려할 때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건강보험공단이 콜센터를 직접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콜센터노조에 따르면 콜센터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매년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콜센터 노동자를 고용한 위탁업체들이 전화통화 횟수로 업체의 유능함을 평가받고 있어 통화 수를 늘리기 위해 노동자들의 생리휴가 신청을 거부하는 등 인권침해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김숙영 지부장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우리의 요구는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생활임금으로 올려달라는 것과 용역업체가 무조건 전화를 많이 받으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하거나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콜센터노조는 문제 해결을 위해 콜센터노조가 참여하는 노·사·전(노동자, 사측, 전문가) 협의회를 꾸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김숙영 지부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다른 공공기관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미 마무리됐지만 건강보험공단은 몇 년이 지나도록 콜센터 직접운영과 관련한 어떤 기준이나 방향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건강보험공단은 사안이 복잡하고 고객센터 노동자 규모가 크다는 이유를 들며 여전히 콜센터 노동자들과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은 2019년 10월 콜센터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직접고용 등을 논의하기 위해 내외부 전문가 8명이 참여하는 ‘고객센터 민간위탁 사무논의 협의회’를 꾸렸다. 

하지만 이 자리에 콜센터노조는 직접적 이해관계자라는 이유로 포함되지 않았다. 

콜센터 노조가 파업까지 벌이며 강력하게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김용익 이사장으로서도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건강보험공단은 비슷한 업무를 맡고 있는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과 비교해 콜센터 노동자의 수가 많아 이들을 모두 직접고용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은 2019년 각각 380여 명과 330여 명의 콜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마쳤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직원은 1600여 명으로 다른 비슷한 업무를 하는 공단들과 비교해 콜센터 노동자들의 수가 4배에 이른다. 

건강보험공단 정규직노조의 반발도 여전히 거세다.

건강보험공단 정규직노조는 콜센터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놓고 지난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노조원 75.63%가 반대의견을 냈다. 

정규직노조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인원이 늘면 성과급이 감소하고 복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회사를 통해 콜센터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를 두고도 콜센터노조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국민들이 태어나자마자 가입하는 건강보험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공단이 콜센터를 직접 운영해야 한다”며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화가 이뤄진다면 처우는 개선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는 900명이 넘는 콜센터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2020년 1월 ‘한전CSC’를 설립했다.

정규직 채용 전환 대상자 924명 가운데 897명이 지원했으며 한국전력은 면접을 통해 이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한국전력 고객센터는 업무 강도가 높지만 처우가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은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사업비 범위 안에서 급여 수준을 기존보다 11% 올리는 등 처우 개선에 힘썼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 자문을 구한 결과 직접적 이해당사자들이 협의회에 참여하면 공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 콜센터노조는 협의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직접고용은 이와 관련해 논의해야 할 사항이 많은 만큼 협회의가 먼저 콜센터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로 결정해 이를 따르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협의회를 개최하기가 어려웠지만 이번달 2차 회의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