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마트의 경쟁상대로 테마파크와 프로야구를 꼽기도 했다.

그런 정 부회장이 테마파크에 이어 프로야구를 손에 넣었다. 경쟁하기보다 공존하겠다는 것이다. 
 
[오늘Who] 정용진 이마트 새 길, 프로야구 테마파크와 경쟁보다 공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 부회장이 보여줄 쇼핑과 경험의 결합이 어떤 결과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이마트가 26일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정 부회장이 대중적 인기가 높은 프로야구라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신세계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유통채널과 연계를 강화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체험형 콘텐츠’와 ‘즐길거리’를 오프라인 유통업에서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하고 유통영역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정 부회장은 쇼핑복합시설 스타필드를 2016년부터 선보였고 최근에는 경기도 화성시에 대규모 테마파크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화성 국제테마파크 사업은 ‘쇼핑과 경험의 결합’이라는 정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잘 담겨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 부회장은 여의도의 1.4배에 이르는 400만㎡ 규모의 부지에 5조 원 가까운 자금을 투자해 전문쇼핑몰, 리조트 등을 배치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이마트가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하는 것도 ‘오프라인 유통업’을 ‘놀이문화’로 전환한다는 정 부회장의 생각이 녹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2016년 스타필드 하남 개장 당시 “앞으로 유통업의 경쟁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으로서는 이번에 야구단 인수를 결정함으로써 경쟁상대로 꼽았던 콘텐츠를 모두 확보해 '공존'을 꾀하게 됐다.

정 회장은 야구장을 ‘라이프 스타일센터’로 만들어 신세계그룹의 여러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SK와이번스의 홈구장인 인천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야구장을 찾은 관객들이 신세계그룹 상품이나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와이번스의 홈구장인 문학경기장에 바비큐를 즐기며 야구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인 이마트 바비큐존을 만든 것처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의 여러 계열사와 야구단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프로 스포츠단을 꾸려가는데 운영비가 크게 들기 때문에 재무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 나온다. 

SK와이번스의 최근 5년 간 매출을 살펴보면 2015년 428억원, 2016년 429억원, 2017년 461억원, 2018년 562억원, 2019년 562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선수단 운영과 경기진행비 등 구단 운영을 위한 비용은 2015년 439억 원, 2016년 462억 원, 2017년 466억 원, 2018년 533억 원, 2019년 568억 원으로 나타났다. 2018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매출보다 비용이 더 들어간 셈이다.

영업수지를 살펴보면 2019년 영업손실 6억 원, 2018년 영업이익 9억 원, 2017년 영업손실 5억 원, 2016년 영업손실 32억 원, 2015년 영업손실 10억 원을 봤다. 

SK와이번스를 인수하는 이마트는 최근 실적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선방했고 현금성 자산도 많이 들고 있어 이런 우려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마트는 2020년 3분기 별도기준으로 누적 매출 10조5630억 원, 영업이익 2105억 원을 거뒀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6.4% 늘었고 영업이익도 6.7% 줄어드는데 그쳤다.

이마트는 2020년 3분기 별도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을 8083억 원 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9년 3분기 2941억 원과 비교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스타필드를 추진하던 서울 마곡 부지를 매각하는 등 점포와 토지를 팔아 현금을 확보한 결과다.

증권업계에서도 이마트의 야구단 인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프로야구 관중이 증가하고 있는데다가 그 주축은 앞으로 소비를 주도할 세대인 20~30대 연령층이다”라며 “이마트가 야구단을 인수하면서 오프라인 플랫폼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신세계그룹의 유통채널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