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대표이사가 별도법인으로 독립한 뒤 첫 수익모델로 대리운전시장 진출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대리운전은 규제시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택시 등 영역보다 진입장벽이 낮고 20% 수준의 중개수수료를 통한 고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티맵모빌리티 대리운전 진출 서둘러, 이종호 고정적 수익창출 필요해

▲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대표이사.


다만 카카오모빌리티와 치열한 경쟁이 예고돼 있는 데다 전화호출시장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있느냐가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티맵모빌리티에 따르면 SK텔레콤의 모빌리티사업단으로 있을 때부터 2년여 동안 준비를 거쳐 대리운전 호출서비스를 조만간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1분기 안에 이종호 대표 주최로 티맵모빌리티 설명행사를 열고 회사의 구체적 사업방향 등을 소개하겠다”며 “티맵모빌리티는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모든 이동수단서비스를 제공하는 ‘올인원 플랫폼’을 목표로 차근차근 관련 서비스들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SK텔레콤 모빌리티사업단 때부터 티맵 관련 사업을 총괄해왔다.

독립법인 대표를 맡아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시장을 대비한 기술역량 강화도 중요하지만 당장 SK텔레콤의 품을 벗어나 홀로 선 티맵모빌리티 살림을 꾸려가려면 실질적 수익원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 대리운전시장은 아직 앱 호출 비중이 매우 낮다. 모빌리티 플랫폼기업들이 진출해 사업을 키워갈 여지가 많은 셈이다.

국토교통부의 대리운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대리운전시장 규모는 2조7천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대리운전 기사 수는 약 16만4600명에 이른다.

대리운전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앞으로 시장의 성장 잠재력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예전에는 음주운전을 하지 않기 위해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출근길이나 병원 이동을 위해 대리운전서비스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선호추세로 대중교통보다 개인 이동수단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늘어 대리운전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빌리티 플랫폼업계에서도 티맵모빌리티가 출범 뒤 빠르게 진출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로 대리운전, 가맹택시을 꼽는 시선이 많다. 

모빌리티 플랫폼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리운전시장의 수익원은 중개 수수료인데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에 맞춰 20% 수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특히 대리운전은 이용자들이 체험하는 시장가격은 있지만 택시처럼 요금을 지자체에서 아예 정하고 200원 올리는 것도 어려운 규제시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플랫폼기업들에게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티맵모빌리티 사업모델의 핵심으로 구독형서비스를 내걸고 있다는 점에서도 대리운전서비스를 사업 포트폴리오에 채워야 한다.

이용자들이 이용료를 내고 티맵 플랫폼 자체를 ‘구독’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모빌리티 플랫폼에 있는 서비스들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티맵모빌리티 올인원서비스 계획의 바탕인 ‘티맵’은 내비게이션서비스를 기본 토대로 이미 ‘티맵 택시’, ‘티맵 주차’, ‘티맵 대중교통’ 등으로 가지를 뻗고 있다.

티맵모빌리티가 출범과 함께 내놓은 4대 핵심사업 가운데 ‘모빌리티 온 디맨드’ 영역, 즉 앱 호출서비스 영역에서 대표적으로 비어있는 부분이 대리운전이다. 

다만 이 대표가 대리운전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우선 2016년 대리운전시장에 진출해 앱 호출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와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전화 호출시장의 견고함을 뚫는 것도 과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리운전시장은 여전히 ‘1588’ 전화로 기사를 부르는 전화 호출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는다. 

대리운전시장은 상위에 전화콜을 중개하는 업체가 있고 그 아래 수많은 소규모 ‘1588’ 사업자들이 있다. 인수합병 등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인 셈이다.

모빌리티업계에선 “티맵모빌리티, 쏘카 등이 모두 대리운전시장을 탐내고 있지만 전체의 10~15%밖에 안 되는 시장을 ‘나눠먹기’식 경쟁보다 앱 호출시장 자체를 늘릴 수 있는 별도 전략이 필요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마케팅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 미국 퍼듀대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1997년 SK텔레콤에 입사한 뒤 인터넷전략본부에서 근무했다. 2010년 SK로 자리를 옮겨 회장 비서실에서 일했고 2016년 SK텔레콤으로 돌아와 글로벌 사업추진본부장을 맡았다.

2018년부터 SK텔레콤의 모빌리티사업 유닛장을 맡아 관련 사업을 총괄해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