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해부터 추진해 오던 그룹 자산운용계열사 재편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신한금융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지분을 매입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뒤 다른 자산운용계열사와 연계한 조직개편 및 인수합병 등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신한금융 비은행 강화, 조용병 자산운용사 재편 발판 마련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15일 오후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이름 변경 등 신한금융지주 완전자회사 편입과 관련한 세부사항을 결의한다.

신한금융지주가 프랑스 BNP파리바그룹과 설립한 합작법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지분을 BNP파리바그룹에서 모두 매입해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조 회장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지분을 사들인 것은 신한금융그룹 차원의 자산운용계열사 대규모 재편작업에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신한금융이 지난해부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신한대체투자운용, 신한리츠운용 등 자산운용계열사 조직개편을 추진해 왔지만 BNP파리바의 동의를 얻어야만 해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의결권 100%를 확보하게 된 만큼 앞으로 여러 자산운용계열사 사이 사업부를 이관하는 등 변화를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조 회장은 다른 자산운용사를 인수합병해 기존 자산운용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도록 하는 방안도 꾸준히 검토해왔는데 앞으로 더 공격적 전략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여러 자산운용계열사 전문성 강화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인수합병 등 여러 계획이 검토됐다"며 "그룹 비은행계열사 강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BNP파리바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지분 매각 의사를 타진했지만 BNP파리바 측에서 부정적 반응을 내놓아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BNP파리바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지분을 통해 배당수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었고 신한금융과 협력관계도 계속 유지하려는 뜻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회장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완전자회사 편입에 의지를 꺾지 않아 계약이 성사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금융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합작법인을 운영하는 것보다 완전자회사화가 효율적일 것이라는 양측의 뜻이 맞은 것"이라며 "시장 대응력이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신한금융이 현금배당에 소극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BNP파리바가 지분 매각을 결정한 배경으로 추정된다.

다만 BNP파리바는 신한금융지주 지분 3.5%를 보유한 재무적투자자 지위를 유지하며 금융상품 공급 등에 관련한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조 회장이 신한금융 자산운용사 육성에 힘을 싣고 있는 이유는 최근 증시 호황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며 투자상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등 계열사에서 발생한 사모펀드 환매 중단사태로 신한금융이 자체 역량을 활용해 안전성이 검증된 투자상품을 직접 설계하고 소비자들에 공급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조 회장이 지난해까지 비은행 핵심계열사로 키우던 신한금융투자가 사모펀드 사태 여파로 당분간 사업을 확대하기 쉽지 않은 점도 자산운용계열사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신한금융 자산운용사업 재편은 조 회장이 지난해부터 추진하던 그룹 사업라인 효율화작업에 사실상 마지막 과제로 꼽힌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여신금융계열사와 보험계열사, 벤처투자계열사 등을 중심으로 대대적 사업라인 재편작업을 실시해 계열사별로 전문성을 강화하고 조직을 효율화하는 변화를 추진했다.

신한카드가 신한캐피탈 자산을 인수해 소매금융사업을 다변화하도록 한 일과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을 확정지은 일, 신한벤처투자를 인수해 벤처캐피털사업에서 그룹 협업체계를 구축한 일 등이 대표적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완전자회사화를 계기로 자산운용사 재편 작업도 진행된다면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대비한 신한금융 사업체질 개선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된다.

조 회장이 과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이사에 오르며 처음 CEO 경력을 쌓기 시작한 만큼 그룹 자산운용계열사 재편과 육성 과정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가능성도 크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업 개편을 통해 시장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추고 투자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상품 개발 역량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