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안전경영 힘줘도 인명사고,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

▲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전경영을 향한 재계의 경각심이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도 인명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이 무색한 기업 현장의 민낯인 셈이다. 법 시행까지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안전경영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고 기업의 행동으로 변화로 나타나야 한다.

13일 재계를 대표하는 대기업 계열사 두 곳에서 나란히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에서 화학물질 유출사고로 7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현대위아 창원 공장에서 프레스 끼임사고로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최근 각 기업 총수들이 신년사에서 안전을 강조한 지 채 열흘에서 2주일가량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발생한 사고라 파장이 더욱 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4일 신년사에서 “모든 임직원은 안전 의식을 확고히 고취하고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12월28일 최고경영진 간담회에서 “내 가족이 일하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사장단부터 안전에 솔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들의 말은 무게가 가볍지 않다. 정 회장은 3일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사과하기 위해 회장 취임 후 첫 신년사의 처음부터 안전경영을 화두에 올렸다.

구 회장 역시 2020년 발생한 LG화학 인도 화학물질 유출사고 이후 계열사 경영진에게 안전환경을 경영의 최우선순위에 놓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그룹 총수의 발언이 지니는 무게를 고려하면 사고가 일어난 기업의 경영진이 총수의 지시를 소홀히 여겼으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현대위아는 2019년 11월 같은 공정에서 손가락 절단사고가 발생했고 LG디스플레이도 2020년 5월 구미 공장에서 화학물질 유출사고가 발생하는 등 사고가 반복되고 있어 더욱 경각심을 지녔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연초부터 사고가 터졌다는 점은 기업의 안전경영이 단순히 총수의 말과 각 기업의 개선 구호만으로는 쉽게 이뤄질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이러저러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안전사고를 실질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는 기업의 행동이 구체적으로 따라야 한다.

올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재계의 긴장은 어느 때보다 높다. 50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하는 대기업은 법 공포 후 1년 뒤부터 곧바로 적용대상이 되기 때문에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다. 

재계에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미 활시위는 당겨졌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기업 현장의 안전경영을 고도화해야 하는 명분과 당위성이 무르익었다고도 볼 수 있다.

재계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국회 통과를 놓고 “우리나라의 산업수준과 산업구조로는 감당해낼 수 없는 세계 최고수준의 규제”이라고 볼멘 소리를 냈다.

하지만 국제연합공업개발기구(UNIDO)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경쟁력(CPI)은 2005년 이후 5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2017~2018년에는 3위에 자리잡았다. 

부족한 것은 산업현장의 안전경영을 현실화하기 위한 노력이지 우리나라 산업의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은 국내 기업들이 안전경영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도록 요구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높은 산업수준에 걸맞은 안전수준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안전문화가 자리잡기를 정말 바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