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곧 공개하는 최신 시스템반도체를 앞세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사업 고객사 확보에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5나노급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2100(가칭)은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설계뿐 아니라 파운드리분야의 역량 또한 빠르게 발전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여겨진다.
 
삼성전자 자체AP 엑시노스 성능 자신보여, 인텔 위탁생산 확보하나

▲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연산을 담당하는 시스템반도체를 말한다.

엑시노스2100의 자세한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시장에서는 엑시노스2100이 비슷한 시기 나오는 퀄컴의 최상급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88과 비슷한 성능을 갖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적용된 엑시노스990 등 삼성전자의 최고사양 반도체는 퀄컴 제품과 비교해 전력 효율 등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1년 사이 이런 차이를 좁힐 정도로 성능 향상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IT매체 샘모바일은 “삼성팬들이 엑시노스가 퀄컴의 솔루션과 동일하거나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하기를 기다린 지 몇 년이 지났다”며 “그 일이 마침내 올해 일어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반도체의 성능 개선은 제조공정의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엑시노스 등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는 대부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서 생산된다.

엑시노스2100이 실제로 퀄컴 등 다른 기업들의 최신 5나노급 반도체에 못지않은 성능을 발휘한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새로운 반도체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 인텔이 삼성전자의 제조역량을 높이 평가해 반도체 생산을 맡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앞서 미국 블룸버그는 인텔이 삼성전자와 반도체 위탁생산을 논의하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인텔은 삼성전자처럼 자체적으로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모두 수행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지만 최근 10나노급 이하 미세공정으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확대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인텔은 장기적 생존을 위해 곧 중앙처리장치(CPU) 위탁생산에 들어갈 것이다”며 “대만 TSMC와 삼성전자는 5나노급, 3나노급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며 인텔 위탁생산의 기회를 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기업인 TSMC와 비교하면 파운드리사업 규모가 작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 기준 2020년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은 TSMC 54%, 삼성전자 17% 등으로 추산됐다. TSMC가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인텔의 위탁생산기업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그만큼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엑시노스2100과 같은 5나노급 이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삼성전자 자체AP 엑시노스 성능 자신보여, 인텔 위탁생산 확보하나

▲ 삼성전자 엑시노스 신제품 예고 이미지.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TSMC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고객사별 5나노급 반도체 출하량 비중은 애플 53%, 퀄컴 24%,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5%, AMD 5%, 엔비디아 3% 등으로 전망됐다. 

애플과 AMD는 TSMC에서, 퀄컴·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엔비디아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서 각각 주력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5나노급 반도체 등을 만드는 미세공정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을 여지가 크다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인텔과 같은 새로운 고객사가 삼성전자 진영으로 가세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 TSMC의 격차는 더 빠르게 좁혀질 공산이 크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5~14나노급 공정에서 2020년 4분기 점유율은 TSMC 70%, 삼성전자 30%로 추산됐지만 2021년 4분기 점유율은 TSMC 65%, 삼성전자 35%로 전망된다”며 “시장에서는 당연히 점유율을 빼앗기는 기업보다 빼앗는 기업에게 관심을 보일 것이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12일 오후 11시 온라인 행사로 엑시노스2100 등 새로운 엑시노스 제품을 공개한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반도체만을 대상으로 글로벌 공개행사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발자 커뮤니티 XDA디벨로퍼는 “12일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21이 공개되기 이틀 전”이라며 “이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에 관한)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