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비은행 계열사들의 성장세를 높이는 데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핵심계열사인 NH농협은행의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NH투자증권 이외에 다른 계열사들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NH농협금융 증권과 보험은 탄탄, 손병환 눈길은 자산운용과 리츠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들이 2020년 인수합병 등을 통해 비은행부문에 공을 들였다면 2021년에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등 비은행계열사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비은행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컸던 만큼 비은행부문에 더 무게가 실릴 수 있다.

‘제로금리’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충당금 등으로 은행의 실적이 감소했음에도 증시 호황에 따른 증권사의 수익이 늘어나면서 금융지주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NH농협금융지주도 핵심계열사인 NH농협은행의 2020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767억 원 줄었음에도 NH투자증권에서 이를 만회했다.

NH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순이익 5014억 원을 거뒀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9.6% 증가했다. 3분기 순이익은 2397억 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2021년 증시 전망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NH투자증권은 실적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생명이나 NH농협손해보험 등 보험계열사들도 보장성 보험 중심의 체질 개선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 지주 차원의 지원이 다급하지는 않다. 

NH농협생명은 20818년 순손실을 낸 이후 2019년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2020년 3분기까지 순이익 643억 원을 거뒀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60.3% 급증했다.

NH농협손해보험도 2018년 20억 원까지 줄었던 순이익 규모가 2020년 3분기까지 492억 원으로 늘었다.

손병환 내정자는 NH투자증권이나 보험계열사 이외의 다른 비은행계열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NH아문디자산운용이나 NH농협리츠운용 등 수익성이 낮은 계열사들을 놓고 지주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NH투자증권이나 보험 계열사들보다 수익이 적다. 2020년 3분기 NH아문디자산운용은 누적 순이익 111억 원을 냈다. NH농협리츠운용은 2018년 설립된 뒤 처음으로 흑자전환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이나 NH농협리츠운용 등이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손 내정자가 지주 차원에서 힘을 실어준다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김광수 전 회장도 보험사 최고경영자들과 ‘보험 경영혁신위원회’를 주도하면서 금융계열사들과 시너지 모색, 지주 차원의 지원방안 마련 등을 통해 보험계열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바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리츠자산관리회사(AMC) 인가획득을 추진하며 공모리츠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공모리츠시장에 뒤늦게 진출하는데다 많은 자산운용사들이 이미 경쟁하고 있는 만큼 지주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2020년 삼성SRA자산운용을 비롯해 현대자산운용, KB자산운용, KTB자산운용 등이 리츠자산관리회사 설립 본인가를 취득한 데 이어 12월에는 우리자산신탁이 예비인가를 획득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BNK자산운용 등도 리츠자산관리회사 인가 획득을 추진하고 있다. 

NH농협리츠운용은 2021년에 ‘올원리츠’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리츠들이 비슷한 성격의 자산으로 구성하는 것과 달리 사무빌딩과 물류센터 담아 복합적으로 구성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다.

당초 2020년 안에 상장을 추진했지만 하반기 증시에 들어온 리츠들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2021년으로 일정을 미뤘다.

올원리츠를 상장하면 NH농협리츠운용은 NH프라임리츠와 함께 상장리츠 2개를 운용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 내정자는 농협 내부출신인 만큼 지주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대표들의 교체인사로 어수선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 다잡고 빠르게 업무 파악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디지털 이외에도 기획과 전략부문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만큼 비은행부문 강화방안을 빠르게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 내정자는 NH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과 경영기획부문장을 역임했다. 대표적 기획·전략 전문가이면서 농협 내 사정을 잘 꿰뚫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