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은 정부정책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정책변화에 따라 사업흐름 자체가 흔들리기도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부산 가덕도신공항이 급물살을 타자 신사업 전망에 먹구름이 끼었다. 한국공항공사도 가덕도신공항의 후폭풍을 맞게 됐다. 
[데스크리포트] 12월 기업 동향과 전망-공기업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도 탈원전정책에 따른 거센 파도를 넘어야 한다.

공기업은 공익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주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과 맞닥뜨려야 한다.

공기업의 성과는 이해관계자들과 갈등을 얼마나 잘 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갈등 조정은 한국전력과 한국지역난방공사의 내년 실적에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에 항공정비산업단지 조성을 원하고 있다. 새 먹거리 찾기 차원이다.

인천지역 의원들이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인천국제공항사 사업범위에 항공정비를 추가하는 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이며 인천국제공항 항공정비산업단지 조성방안이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나온다.

인천지역 의원들은 기존에 항공정비산업을 추진하고 있는 경남 사천공항과 새롭게 진출할 인천국제공항이 각각 선택과 집중으로 각자에 맞는 항공정비사업을 맡아 국내 항공정비산업의 크기를 키우자고 주장해왔다. 

사천공항이 군용기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소형여객기를 주로 맡고 허브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은 보잉737이나 A380과 같은 대형여객기를 맡는 방식으로 업무를 분담하자는 것이다. 

이른바 '역할분담' 논리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되면 소형여객기 항공정비산업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돼 동남권 저비용항공 수요가 가덕도신공항에 몰리면 사천공항이 맡고 있는 소형여객기의 수요가 가덕도 신공항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남 정치권에서는 사천공항의 항공정비사업에 힘이 빠지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인천지역에서 내세우는 역할분담 논리가 흔들리게 되는 셈이다.

인천국제공항의 항공정비산업단지 조성논의가 진전될수록 야당을 중심으로 한 사천 지역의 반대 목소리도 더욱 커질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새 먹거리 찾기는 더욱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으로 한국공항공사에도 후폭풍이 불어 닥쳤다. 

기존에 추진되던 김해신공항 건설이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코로나19 이후에도 김해공항이 실적 회복을 기약하기 어려워졌다. 

김해신공항 건설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한국공항공사가 김해공항의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김해공항은 한국공항공사의 실적에 기여하는 몇 안 되는 주요 공항 가운데 하나다.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지방공항 14개 가운데 2020년 들어 8월까지 순이익을 낸 공항은 제주공항과 김포공항, 김해공항 단 3곳뿐이다.

이 공항들의 선전에 힘입어 한국공항공사는 코로나19 확산에도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순이익 636억 원을 거뒀다. 

김해공항은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해마다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공항공사의 든든한 효자 노릇을 했다.

이런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신공항 사업’을 통해 한국공항공사는 실적 증가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기회가 사라지게 된 셈이다.

특별법에 따라 가덕도신공항 운영을 위해 별도법인이 설립되면 김해공항이 담당하던 동남아시아 항공수요를 차지해 한국공항공사가 실적 후퇴를 겪을 가능성도 크다.

한국공항공사로선 실적이 후퇴하지 않도록 가덕도신공항 준공 전까지 대비책을 단단히 세워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 한국토지주택공사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와 전세대책에서 토지주택공사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국민의 주거안정에 앞장서야 하지만 기업으로서 안는 부담도 크다.

공공임대주택 확대하는 과제부터가 그렇다.

정부는 앞으로 2년 동안 전국에 임대주택 11만4천 호를 추가로 공급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세대책을 최근 발표했다. 이 가운데 4만4천 호는 토지주택공사가 매입임대주택으로 추가 확보해야 한다.

토지주택공사는 매입방식으로 공공임대주택 1호를 공급할 때마다 사실상 1억 원가량의 비용부담을 떠안고 있다.

공실상가, 오피스, 숙박시설 등 1만3천 호를 매입해 주거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해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주택공사는 정부의 합리적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이자부담이 늘어 실적이 후퇴하고 재무구조가 나빠질 수 있다. 

정부지원 추가 확보 여부에 따라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는 셈이다. 

인천 계양을 비롯한 3기 신도시 토지보상을 시작하며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말까지 3기 신도시에서 토지보상금 45조 원이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토지주택공사는 공사채 발행이나 차입으로 토지보상금을 마련한다. 재무 건전성에 주는 영향이 크다. 

아울러 토지보상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신경써야 한다.

이 때문에 토지주택공사는 대토보상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택지개발지역의 땅을 소유한 주인들에게 보상금 대신 사업 시행으로 조성된 토지를 보상해 부채 확대를 최소화해야 한다. 

◆ 한국전력공사

전기요금체계 개편은 한국전력에게 올해 가장 큰 과제로 꼽혔다.

애초 상반기에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내놓으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로 개편안 발표를 하반기로 연기했다. 

하지만 11월 정기 이사회에도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안건으로 올리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 전기위원회 심의와 인가 등 이후 절차를 고려하면 올해 안 개편안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볼 수 있다.

한국전력이 설사 12월 정기 이사회에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내놓더라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침체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내년 상반기 개편안 처리 과정에서 추진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예산안에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포함될 정도로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정부도 전기요금 인상의 우려가 있는 한국전력의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쉽사리 승인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한국전력은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이 전기요금 인상이 아니라는 여론 형성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한국전력은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의 핵심이 전기요금 인상이 아니라 원가 연동제와 이용자 부담 원칙, 에너지복지와 요금체계 분리라고 설명한다. 

연료비 등 원가 변동요인과 외부비용이 적기에 반영되는 전기요금체계를 정립하고 전기요금의 이용자 부담원칙 확립을 통해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체계를 현실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전기요금체계 도입 로드맵을 세우는 일이 내년 이후 한국전력 실적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한국지역난방공사

지역난방공사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풀지 못한 숙제를 안고 있다. 전남 나주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 가동문제 얘기다. 

나주발전소 가동에 여전히 기약이 없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경영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나주발전소 가동과 손실보전 방안 협의를 위해 민관이 합동으로 구성한 1차 민관협력 거버넌스위원회는 11월30일자로 활동을 마치며 2차 거버넌스위원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1차 거버넌스위원회에서 나주발전소 가동을 강행할 최소 법적 요건이 마련됐다. 하지만 지역난방공사는 행정소송 등 후폭풍이 일 가능성에 가동 개시에 무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1차 민관협력 거버넌스위원회를 탈퇴한 나주열병합발전소 범대책위원회가 2차 거버넌스위원회에 합류해야 지역난방공사는 나주발전소 가동 문제를 온전히 논의할 수 있다.

하지만 환경문제를 우려한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거세다. 원만한 논의 진행을 장담하기 힘들다.

고형폐기물 반입 변경과 절차적 문제와 관련한 손실보전 방안을 놓고 전라남도와 나주시 사이의 의견 차이도 좁히기 쉽지 않다.

지역난방공사가 나주발전소 가동 문제를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지 못하면 2018년에 이어 추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

상장기업 지역난방공사의 내년 이후 실적에 나주발전소는 중요한 변수다.

◆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은 탈원전정책의 후폭풍을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다.

월성원전 1호기 폐쇄와 관련한 경제성 조작 의혹을 놓고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경북 울진 신한울원전 3·4호기가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빠지게 되면서 중단된 공사를 다시 시작하기 어려운 처지에도 놓였다.

물론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안의 최종 확정까지 공청회와 국회 상임위원회 보고라는 절차를 남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한울원전 3·4호기가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한수원은 신한울원전 3·4호기 공사 중단으로 발생할 소송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수원은 신한울원전 3·4호기에 원전 설비를 납품할 예정이던 두산중공업으로부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당할 가능성이 있다.

두산중공업은 2015년 신한울원전 3·4호기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납품계약을 맺기 전에 사전작업을 한수원으로부터 승인받아 설비를 제작하다가 손해를 봤다.

정부에 신한울원전 3·4호기 공사 중단에 따른 매몰비용도 지원받아야 한다. 신한울원전 3·4호기의 매몰비용은 7790억 원으로 추산된다.

한수원은 전남 영광 한빛원전 5호기의 부실공사 문제로 또 가시방석에 앉게 될 수 있다.

한빛원전 5호기 부실공사 의혹이 검찰수사로 번질 수 있고 지난해 한빛원전 1호기 출력 급증사태로 빚어진 지역주민과 안전문제를 둔 갈등이 다시 점화될 가능성도 나온다.
 
한수원의 사업은 내년에도 순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