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을 비롯한 한국 게임사들이 ‘한한령’ 이후 빗장이 잠겼던 중국 게임시장에 다시 진출할 가능성이 나온다.

중국이 한한령 이후 3년여 만에 한국 게임에 판호(판매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발급이 일회성일 가능성이 있다는 시선도 있다. 
 
넷마블 펄어비스 위메이드, 중국의 한국게임 판호 일회성 아니길 빌다

▲ 2일 중국 광전총국의 판호(판매허가)를 받은 컴투스 '서머너즈워:천공의 아레나'. <컴투스>


3일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넷마블과 펄어비스를 비롯한 국내 게임사 상당수가 중국에서 한국 게임에 판호를 계속 발급할지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의 중국 퍼블리셔로 텐센트를 선정한 뒤 2017년 초에 판호 발급을 신청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집행임원이 2017년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정부에서 판호 관련 정책이 변경되면 리니지2 레볼루션의 판호가 가장 빨리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펄어비스는 PC온라인게임 ‘검은사막’의 중국 퍼블리셔로 스네일게임즈를 선정한 뒤 판호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이사는 올해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모바일은 판호가 나오는 대로 바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퍼블리셔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과 펄어비스 외에도 여러 국내 게임사들이 한한령 이후 신청된 판호 발급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메이드(‘미르4’)와 엠게임(‘진열혈강호’)을 비롯한 국내 게임사들이 신규 게임의 판호를 신청하면서 중국 게임시장에 다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분석한 중국 게임공작위원회(GPC) 자료에 따르면 중국 게임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2308억 위안(약 39조3천억 원)으로 2016년보다 1.4배 커졌다. 

중국 웹진 17173에 따르면 중국에서 게임 이용자의 ‘기대 게임’ 순위에서 검은사막 모바일이 2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 게임을 향한 관심도 아직 식지 않고 있다. 

앞서 중국 광전총국은 2일 한국 게임사 컴투스의 ‘서머너즈워:천공의 아레나’에 판호를 내줬다. 2017년 3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이 지속된 지 3년여 만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판호 발급이 한한령의 해제 신호탄이길 기대하고 있다. 최근 중국과 한국 정부의 관계가 개선될 조짐이 나타난 뒤 판호가 발급됐기 때문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은 11월26일 한국을 찾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문화콘텐츠 협조에 관련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한국과 중국, 미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바뀌고 있는 점도 이번 판호 발급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이번 판호 발급은 복합적 국제 정세와 민관이 함께 노력한 산물이다”며 “중국에게는 판호 발급이 실제 효과는 작으면서 한국을 배려했다는 명분을 챙길 수 있는 적절한 카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판호 발급이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중국 정부가 판호 발급건수 자체를 크게 줄인 만큼 한국 게임의 판호 추가 발급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광전총국이 게임 판호를 발급한 건수는 올해 상반기 609건으로 2017년 연간 9368건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특히 외국산(외자) 게임은 올해 상반기 기준 27건에 머물렀다.

위 학회장은 “적은 수의 제한된 외자 판호를 놓고 각국이 쟁탈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정부와 게임사가 판호의 추가 발급을 이끌어내기 위한 압력을 지속해서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컴투스의 서머너즈워:천공의 아레나가 특수한 사례로 볼 수 있다는 점도 판호 추가 발급의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머너즈워:천공의 아레나는 한한령 이전부터 중국에서 서비스되면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한한령 이후에도 중국 내 애플 앱스토어에서 게임을 내려받는 것은 가능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게임은 애플 앱스토어에 한정해 정식 판호 없이도 유통할 수 있었는데 중국 정부가 8월 이후 애플 앱스토어의 판호 규정을 강화하면서 서머너즈워:천공의 아레나에도 판호 발급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만 SK증권 연구원도 “중국 정부가 기존에 서비스됐던 게임에 판호를 내주면서 ‘간보기’를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며 “신규 게임의 판호가 발급될지 여부는 당장은 예단하기 힘들고 앞으로 1~2개월 정도를 추가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