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강한 자신감, 비어만 "굉장하고 강력하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이 2일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디지털 디스커버리’ 행사 이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단 질의응답에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걱정할 필요 없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은 2일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디지털 디스커버리’ 행사 이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단 질의응답에서 전기차 특유의 주행 이질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비어만 사장은 “(E-GMP를 활용한 첫 전기차인) 아이오닉5를 여러 차례 시승해봤는데 굉장했고 강력했다”며 “아이오닉5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말할 수 없지만 새로운 것을 많이 보여줄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E-GMP를 활용한 고성능차를 출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비어만 사장은 “물론이다”며 “E-GMP가 너무 훌륭하기 때문에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50분 남짓 진행된 질의응답 행사에서 비어만 사장은 기술적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행사에는 비어만 사장 외에 파예즈 라만 현대차 차량아키텍처개발센터장, 고영은 현대차 차량아키텍처인테그레이션실장, 정진환 현대차 전동화개발실장 등 E-GMP 개발의 주역들이 함께 했다.

다른 이들은 E-GMP의 차별점으로 넓은 실내공간, 충전 기술력, 강화한 안전성 등을 내세웠지만 비어만 사장은 지속해서 차량 성능(performance)을 꼽았다.

E-GMP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3.5초가 채 안 걸리고 최고속도는 시속 260km까지 낼 수 있다. 한 번 충전으로 500km(국내 기준) 이상 갈 수 있고 5분 초고속 급속충전으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항속성도 갖췄다.

비어만 사장은 30년 넘게 BMW에서 일하며 고성능 모델 M시리즈 개발을 주도한 고성능차분야 전문 엔지니어다.

평소에도 자동차의 가치를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운전의 재미(펀 투 드라이브)’에서 찾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런 비어만 사장의 자신감은 E-GMP를 향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비어만 사장의 기술적 자신감은 주행성능에만 그치지 않았다.

E-GMP가 왜 시장 보급률이 높은 400볼트 대신 800볼트 고전압 충전시스템을 기본으로 하느냐는 질문에 비어만 사장은 “5년이나 10년 뒤에 800볼트는 매우 많이 사용될 것”이라며 “높은 전압이 미래방향이라면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고 우리는 그런 기술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배터리, 자율주행 등과 함께 전기차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주요요소로 꼽힌다.

플랫폼은 차체를 구성하는 기본 뼈대와 차량 주요 부품인 서스펜션, 엔진, 연료장치, 공조장치, 조향장치, 배기장치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데 전기차 플랫폼은 엔진, 연료장치 등을 대신해 고속화모터, 배터리시스템 등이 들어간다.

테슬라나 폴크스바겐 등 현대차그룹보다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앞서고 있는 완성차업체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분야에서 사실상 후발주자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비어만 사장이 앞선 기술력을 향해 더욱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보유한 완성차업체들은 이를 제3의 전기차업체에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데 비어만 사장 역시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대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강한 자신감, 비어만 "굉장하고 강력하다"

▲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비어만 사장은 “아직은 다른 업체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것을 논의할 시점은 아니다”면서도 “이미 다른 곳으로부터 여러 논의를 받았고 E-GMP가 경쟁업체보다 경쟁력이 있는 만큼 시장에 나오면 계속해서 요청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술적 자신감과 달리 아이오닉5의 출시가격을 놓고는 말을 아꼈다.

비어만 사장은 “가격 대비 성능은 중요하다”면서도 “우리들은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격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대차는 지금껏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에 배터리를 얹는 방식으로 전기차를 만들었는데 내년부터 E-GMP를 활용하면 전기차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본적으로 엔진과 변속기, 연료탱크 등이 차지했던 공간이 크게 줄어 실내공간의 활용도가 혁신적으로 높아지면서 실내외 디자인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알버트 사장은 이날 내년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차 CV(프로젝트명)은 물론 세단,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 7인승 미니밴, 상용차까지 모든 종류의 차종에서 E-GMP를 활용해 다수의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E-GMP디지털 디스커버리 행사에서 E-GMP를 개발할 때 성능, 안전성, 사용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모듈화와 표준화를 통해 시장의 다양한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