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해외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며 글로벌 수소전기차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더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수소전기차시장은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기대감이 더욱 커지면서 글로벌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전기차 미국 대선으로 성장 기대, 현대차 주도권 확대에 속도붙여

▲ 이네오스 오토모티브 '그레나디어'. <이네오스 오토모티브 홈페이지 캡쳐>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수소 연료전지시스템을 탑재하는 이네오스 오토모티브의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그레나디어(Grenadier)’는 유럽 수소전기차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20일 영국의 글로벌 종합화학그룹 이네오스(INEOS)와 유럽에서 수소 생태계 확산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는데 여기에는 이네오스 오토모티브가 개발 중인 SUV 그레나디어에 차량용 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레나디어는 정통 오프로더의 대명사로 꼽히는 랜드로버의 옛 ‘디펜더’를 재현한 모델이다. 이네오스는 영국에서 재규어랜드로버가 제기한 디자인 침해 소송에서 승리한 뒤 현재 내연기관차로 그레나디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레나디어는 유럽 자동차 애호가의 옛 향수를 자극하며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수소전기차로 라인업이 확장된다면 유럽 수소전기차시장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유럽과 함께 수소전기차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에서도 현지 업체와 협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경쟁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현대차는 10월 말과 11월 초에 중국 상하이와 장쑤성, 저장성, 안후이성을 포함하는 양쯔강 ‘삼각주지역’과 베이징, 텐진, 허베이를 포함하는 징진지지역 파트너업체와 각각 ‘수소전기차 플랫폼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현대차는 내년 중국 주요도시에서 수소전기차 넥쏘를 시범 운영하고 2022년에는 수소전기 중형트럭을 출시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중국은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1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어 현대차가 반드시 잡아야 하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수소전기차시장은 미국 대선 이후 성장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본격적 경쟁구도가 갖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토요타는 현대차와 함께 수소전기차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지닌 완성차업체로 평가되는데 현재 11월 공개한 수소전기차 ‘미라이 2세대’의 글로벌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라이 2세대는 토요타가 2014년 1세대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수소전기차로 토요타는 올해 안에 유럽과 미국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은 이미 탄소중립을 중장기 주요 과제로 삼고 수소경제 구축에 힘을 싣고 있는데 미국 역시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수소경제 등 친환경정책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수소전기차시장을 향한 기대감은 미국 수소전기트럭업체인 니콜라 주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니콜라 주가는 창업주인 트레버 밀턴 대표의 사기 논란 이후 크게 하락했는데 바이든 당선 이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니콜라 주가는 바이든 당선 이후 최근 2주 동안 30% 넘게 올랐다. 11월 초와 비교하면 50% 이상 상승했다.
 
수소전기차 미국 대선으로 성장 기대, 현대차 주도권 확대에 속도붙여

▲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현대차는 현재 글로벌 수소전기차 판매 1위 업체지만 시장 규모가 아직 너무 작은 만큼 앞으로도 성과가 중요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들어 7월까지 수소전기차 2879대를 팔아 1위에 올랐다. 현재 글로벌 수소전기차시장 규모는 순수전기차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취임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소전기차와 관련해 “우리가 다른 국가들보다 빨리 움직여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 기대가 있다”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수소경제 전환을 적극 추진하는 점도 현대차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수소경제 등 새로운 유망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생산과 보급을 확대하고 관련 충전소를 대폭 확충해 산업생태계를 미래차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 전무는 이네오스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이네오스 같은 전통적 화학기업이 그린수소 생산, 수소전기차 개발 등을 통해 수소 생태계로 진입을 모색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네오스와 최상의 시너지를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