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제약바이오사업을 향후 중국 건강기능식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 부회장은 물, 간편식, 디저트, 건강기능식을 과자사업에 이어 오리온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점찍었는데 중국에 세운 합작법인이 의료사업자가 되면 중국의 규제장벽을 넘는 일이 수월해질 수 있다.
 
오리온 중국에서 제약사업 착수, 허인철 건강기능식 공략 우회로 확보

▲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그룹은 중국에서 바이오사업 진출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규제문제를 해결해 줄 파트너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리온그룹은 중국 건강기능식시장 진출방안을 모색하다가 중국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을 파트너로 삼았는데 이 회사는 시가총액이 1조5천억 원에 이르는 중국 4대 제약회사로 꼽힌다.

오리온홀딩스가 65%, 산둥루캉의약이 35%의 지분을 투자해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생물과기개발유한공사’를 10월에 설립했다.

오리온홀딩스는 합작법인을 통해 먼저 암 진단키트를 생산한 뒤 향후 합성의약품과 신약 개발에도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허 부회장은 합작법인 설립과 관련해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글로벌 식품·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오리온홀딩스의 자회사가 중국에서 제약바이오 사업자가 되면 오리온그룹은 160조 원대 규모의 제약바이오시장뿐만 아니라 50조 원대 규모의 건강기능식 시장에 진출하는 일이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현지법에 따르면 중국에서 건강보조식품 등을 판매하려면 중국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에 비안(신고)이나 등록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일반적 건강보조식은 비안을 받으면 영업이 가능하고 중국 정부가 효능을 인정한 27가지 보건식품(건강기능식)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등록을 해야한다.

한국 기업이 이러한 자격을 얻는 것은 매우 어렵다.

보건식품으로 등록하기까지는 최소 1년이 걸리며 중국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이 과도한 서류를 요구할 수 있다. 당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실험을 거쳐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만약 경험이 많은 현지 파트너나 현지 사정에 밝은 실무진이 있다면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오리온은 중국 국영 제약회사와 파트너십을 형성해 이 문제를 풀어가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건강기능식사업은 허 부회장의 아픈 손가락이다.

오리온그룹은 제과사업 이후 오리온의 성장을 책임질 신성장동력을 찾아 왔는데 허 부회장은 2014년 취임 당시 물, 간편식, 디저트, 건강기능식 등을 제시한 바 있다.

허 부회장 취임 후 6년이 지난 지금 간편식, 건강음료, 디저트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내고 있는 것과 달리 건강기능식에서는 이렇다 할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2017년 로빈슨파마와 손잡고 국내시장을 시작으로 중국, 동남아에서 건강기능식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국내 제약산업 규제에 막혀 무산되기도 했다.

오리온그룹은 2019년 3월 오리온의 정관에 바이오사업을 추가하면서 신사업에 대한 재도전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허 부회장은 한국보다 바이오·헬스케어시장 규모가 큰 중국에서부터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