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막판까지 수주영업에 총력전을 펼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안 일감을 따낼 수 있는 수주후보군으로 최대 35억 달러 규모를 놓고 씨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올해 수주후보 35억 달러 남아, 남준우 목표 포기 안 해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남 사장이 성과를 낸다면 코로나19로 조선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 달성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대만의 컨테이너선 전문선사 에버그린(Evergreen)이 발주할 1만5천 TEU(20피트 컨테이너 적재량단위)급 대형 컨테이너선 10척의 수주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 발주건은 남 사장이 올해 남은 기간에 도전적으로 영업에 나설 마지막 대형 수주전으로 파악된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에버그린은 후동중화조선, 장난조선소, 양쯔장조선 등 중국 조선사 3곳과 일본 이마바리조선, 삼성중공업 등 5개 조선사와 선박 건조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선박 건조가격으로만 보면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우는 중국 조선사들이 우위에 서 있다.

그러나 남 사장은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10월 에버그린으로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던 일에 기대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선주사의 조선사 야드 실사가 제한되고 있다는 변수가 있다”며 “삼성중공업은 에버그린의 친숙한 파트너일뿐 아니라 지난해 수주로 야드 실사가 거의 필요 없다는 장점을 앞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38억 달러어치 선박을 수주해 2020년 목표 84억 달러의 45%를 채우고 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만5천 TEU급 컨테이너선의 1척당 건조가격은 1억550만 달러다. 10척을 모두 수주할 수 있다면 삼성중공업은 수주목표 달성률이 60%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 사장은 모잠비크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8척의 건조의향서(LOI)를 수주로 전환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프랑스 에너지회사 토탈(Total)은 2019년 말 현대중공업과 9척, 삼성중공업과 8척씩 각각 선박을 주문하는 건조의향서를 맺었다. 토탈은 선박을 용선 발주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6월 선사를 확정했는데 이제 선박 발주만이 남아 있다.

LNG운반선의 1척당 건조가격은 1억8600만 달러다.

남 사장이 에버그린의 대형 컨테이너선에 이어 모잠비크 LNG운반선의 수주까지 확정한다면 삼성중공업의 수주목표 달성률은 80% 수준에 육박하게 된다.

남 사장은 막판에 해양플랜트 수주도 노려볼 수 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올해 남은 기간에 모잠비크 LNG운반선뿐 아니라 나이지리아 봉가 프로젝트와 관련한 기대도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은 나이지리아의 해양유전 개발계획인 봉가사우스웨스트-아파로(Bonga Southwest-Aparo) 프로젝트에 필요한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수주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 설비는 발주 규모가 10억 달러로 예상된다.

나이지리아는 자원개발계획에 필요한 설비의 일부분을 현지에서 현지인력으로 제작하도록 강제하는 ‘로컬 콘텐트법’을 시행하고 있는데 삼성중공업은 나이지리아에 현지 합자조선소를 보유하고 있어 수주에 유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남 사장이 이 설비까지 수주할 수 있다면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목표 달성률은 90%에 이르게 된다. 

다만 설비 발주처인 네덜란드 에너지회사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 쉘)이 수주 조선사를 결정하는 것을 미루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남 사장의 영업력만으로는 수주를 확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기준으로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1156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발주량이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반토막났다.

남 사장이 남은 수주전에서 모두 승리를 차지한다면 삼성중공업은 이런 불황 속에서도 목표달성에 가까운 수수실적으로 올해를 마무리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 올해 수주후보 35억 달러 남아, 남준우 목표 포기 안 해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2020년 들어 3분기 말 기준으로 10억 달러어치 선박만을 수주하면서 목표 84억 달러 가운데 11%만을 채우고 있었다.

그러나 남 사장은 4분기 들어 수에즈막스급(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액체화물운반선, 순수 화물적재톤수 12만~20만 DWT) 원유운반선 중심으로 조금씩 수주잔고를 채웠다.

이에 앞서 20일에는 러시아 쇄빙 LNG운반선으로 추정되는 25억 달러어치 수주로 수주목표 달성률을 기존 15% 수준에서 45%까지 단번에 끌어올리는 뒷심도 보였다.

조선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올해 수주에서 지난해와 비슷한 호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탓에 글로벌 물동량이 줄어들며 선박 발주량도 2018년보다 감소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수주목표 78억 달러를 91%까지 채우며 조선3사 가운데 가장 높은 달성률로 2019년을 마무리했다.

올해가 아직 한 달가량 남아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남 사장에게는 아직 약진의 기회가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확보해 둔 선박 건조의향서와 추가 옵션물량 등 안건들을 올해 안에 실제 수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