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이 연기금투자풀 운용사로서 지위를 굳건히 지켜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외부위탁운용관리(OCIO)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해 전통적 강자로 꼽혀왔는데 정부의 연기금투자풀 운용사 재선정 심사를 앞두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연기금 운용사 지키기 온힘, 조홍래 연임에도 영향

▲ 조홍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20일 기획재정부의 투자풀운영위원회는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과 관련해 선정기준을 심의 및 확정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주간운용사와 계약이 2021년 4월에 만료되는 데 따라 후속 운용사 선정에 나선 것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13년 처음 연기금투자풀 운용을 맡았고 2017년에 주간운용사로 재선정된 바 있다.

연기금투자풀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대형 기금을 제외한 정부부처 기금 여유자산의 운용 수익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맡기는 통합자산운용 제도다. 2001년 12월 도입됐다.

삼성자산운용이 단독 운용하다가 2013년부터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복수 운용체제로 바뀌었다.

조 사장은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로 재선정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는 정부기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대외적 공신력과 신뢰도, 인지도 등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데 운용사 지위를 잃으면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연기금투자풀 운용규모는 2002년 1조8829억 원 수준이었지만 2020년 9월 말 기준 27조4천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국내 외부위탁운용관리 시장규모가 100조 원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연기금투자풀 운용사 지위를 지켜내는 일이 중요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8년 동안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업무를 맡으면서 시스템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 다른 운용사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올해 4월 금융위원회가 조성한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운용을 맡기도 했다.

또 주간운용사로 선정되더라도 시스템 구축 등 추가투자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운용보수조건 등을 제시하는 데도 다른 운용사보다 유리할 수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에 재선정되면 조 사장의 연임가도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조 사장은 현대경제연구원, 한국투자증권을 거쳐 2011년 한국투자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긴 뒤 2015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에 올랐다. 1년 마다 연임하는 방식으로 이미 5연임에 성공했다. 

조 사장은 2015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같은 해 5월 민간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자리를 따냈다. 민간 연기금투자풀은 사립대학 적립기금 등 중소형 민간 연기금의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적 연기금투자풀 방식을 도입한 제도다.

이어 2016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을 제치고 공적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로 재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조 사장은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기획하고 직접 질의응답에 나서서 심사위원들의 질문을 막힘없이 받아내는 등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조 사장은 공적·민간 연기금투자풀 운용을 동시에 맡으면서 외부위탁운용관리시장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존재감을 높였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16년 연말인사를 통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7월 민간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로 재선정되는 데 성공했다.

이번 공적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자리까지 지켜낸다면 앞으로 외부위탁운용관리시장 선점 경쟁에서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부위탁운용관리 시장규모는 아직 100조 원 정도다. 하지만 민간기업이 여유자금 위탁운용을 고려하는 사례고 늘고 있고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 시장규모가 2030년 최대 1천조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기업의 퇴직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외부 운용사에 퇴직연금 투자를 맡겨 근로자가 연금 관리와 운용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제도다. 고령화사회 진입으로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운용사뿐 아니라 증권사들까지 외부위탁운용관리 시장에 뛰어들면서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인구구조의 고령화, 퇴직연금 전체 의무화, 연금납부 금액의 증가세 등을 고려하면 퇴직연금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앞으로 국내 외부위탁운용관리시장이 커지면서 자산운용업의 고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투자풀운영위원회에서 주간운용사 선정기준을 확정하면 조달청을 거쳐 입찰 공고가 나오게 된다. 입찰 공고는 11월 말 또는 12월 초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2021년 1월 중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간운용사에 선정되면 4년 동안 기금을 운용하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