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국민연금공단의 주주활동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세부 투자기준을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국민연금공단의 움직임에 재계에서는 기업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반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김용진 국민연금 투자기준 서둘러, 경영침해 시선은 부담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20일 국민연금공단 안팎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연금기금 투자기업의 이사회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기준’을 마련해 12월에 열릴 기금운용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릴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김 이사장은 9일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서 “국민연금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사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기준을 마련해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기금 투자기업의 이사회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기준은 2018년 도입된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원칙)와 2019년 이사해임·선임을 포함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이번에 구체적 세부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다.

7월에 열린 제8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일부 논의됐었으나 더욱 구체적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국민연금공단은 현재 주주와 이사회, 감사기구 등 항목 아래 핵심원칙 10개와 세부원칙 27개로 나눠 세부 규정을 만들고 있다.

핵심원칙은 △주주의 권리 △주주의 공평한 대우 △이사회의 기능 △이사회의 구성 △사외이사의 책임 △이사 활동의 평가 및 보상 △이사회 운영 △이사회 내 위원회 △내부감사기구 △외부감사인 등이다.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연금기금 투자기업의 이사회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기준 마련을 준비하는 점을 놓고 재계에서는 기업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준의 세부 원칙 가운데 ‘이사회는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지속적으로 개선·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규정은 국민연금이 경영권 승계까지 관여한다는 논란에 휘말릴 여지가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국민연금공단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이사 재선임을 반대했을 때 성명서를 통해 “국민연금 의결권은 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이 아니라 국민 노후자금의 수익성과 안정성 확보라는 재무적 투자자로서의 본질적 역할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권을 흔드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당시 “국민연금이 민간기업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는 ‘연금사회주의’에 시장의 우려가 크다”는 입장문을 냈다.

또 이사회와 관련된 세부원칙에서 ‘회사는 소수주주가 지배주주에 비해 불공평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고 자본구조 변경, 분할·합병, 주식분할·병합 등에서 주주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대목도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10월 국민연금공단이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물적분할을 놓고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반대하자 업계에서는 외부차입이나 회사채 발행으로만 투자금을 조달하라는 것이냐며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LG화학은 당시 입장문을 통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대부분 찬성한 사안인 만큼 국민연금의 반대의견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기금 투자기업의 이사회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기준 마련이 기업 등 이해관계인에게 국민연금기금의 주주활동 행사 방향을 알려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과 한국거래소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가이드라인’,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의 세부기준 등을 반영해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경영계의 의견을 추가로 듣고 있다”며 “이를 앞으로 열릴 기금운용위원회에 다시 보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