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문제가 재계를 넘어 정치권의 핵심현안으로 부상하면서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안전관리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서자 기업들은 안전관리시스템을 점검하고 안전관리 인력확충에 나서고 있다.
 
기업 안전관리전문가 찾기 부심, 커리어케어 "임직원 추천요청 급증"

▲ 박형준 커리어케어 상무.


23일 재계와 헤드헌팅업계에 따르면 대형 유통·제조·플랜트업종을 중심으로 국내외 주요 기업들은 내년 경영계획을 짜면서 안전관리 예산을 대폭 늘리고 있다. 

안전관리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대형건설회사의 한 재무담당 임원은 “내년에 안전관리 분야의 예산을 크게 늘릴 계획”이라면서 “안전관리 예산 확충은 앞으로 몇 년 동안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 화학회사의 CFO도 “안전관리 예산을 한꺼번에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요 기업들은 안전관리 전문가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쿠팡은 최근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30년 이상 안전관리를 담당했던 두 전문가를 각각 부사장과 전무로 영입했다. 

쿠팡은 그동안 물류센터와 배송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각종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안전관리를 강화하기로 하고 안전관리 책임자를 부사장급으로 높였다. 

현대중공업도 안전관리 전문가를 전무급 임원으로 영입했다.

9월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대한 특별조치법'이 개정됨에 따라 그동안 안전보건관리를 대행기관에 위탁해 왔던 300인 이상 사업장도 내년 10월부터는 안전보건관리자를 직접 채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안전관리를 담당할 전문가들을 찾고 있지만 안전관리 전문가들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산업안전의 중요성이 부각된 역사가 길지 않아 안전관리 전문가들이 많지 않다. 

최근 헤드헌팅회사에 안전관리 전문가를 추천해 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이 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박형준 커리어케어 상무는 “안전관리를 총괄할 수 있는 임원급 전문가를 비롯해 안전보건 담당 임직원을 급하게 채용하려는 기업들의 의뢰가 부쩍 잦아졌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경험이 많은 안전관리 전문가들이 부족하다 보니 기업들 사이에서 특정 후보자들을 놓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대기업들은 안전관리 경험이 있다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채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