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면서 GM의 철수설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본사인 GM으로서는 당장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때 생기는 법적 문제나 전기차 테스트베드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철수'는 노조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내놓은 압박용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한국GM 노사 첨예한 대치, 노조 압박 위해 철수 카드도 꺼내 보여줘

▲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성갑 한국GM 노조위원장.


18일 한국GM 안팎의 말을 종합해보면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한국GM 노조)는 총력투쟁을 결의하며 앞으로 전면 파업까지 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한국GM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위해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교착상태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최근 노조에게 올해 기본급 동결, 성과급 2년치 800만 원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가 이를 거부했다.

한국GM 관계자는 "아직까지 다음 교섭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노조와 빠르게 합의점을 찾아 생산 차질을 최소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금 인상 및 부평 공장에 신규 차량 배정 등을 요구하면서 '총력투쟁'을 결의했다.  

한국GM도 강경하게 대처하면서 노사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GM 노조가 부분파업을 벌이면서 잔업 및 특근을 거부하자 한국GM은 부평 공장에 2150억 원가량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잠정보류했다.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은 9월에 “노사갈등이 악화하면 GM본사는 한국 철수도 검토할 것”이라며 “본사인 GM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하지 않는 것은 정상적 노사관계가 전제됐을 때 가능한 얘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GM이 현실적으로 한국시장을 철수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노조와 협상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강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GM이 야심차게 내놓은 트레일블레이저는 현재 부평 1공장에서 세계 전체로 팔려나가는 모든 물량의 생산을 맡고 있어 단기간 철수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최근 북미 자동차 관련 평가기관인 ‘아이씨카(iSeeCars)’의 조사에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판매된 차’에 뽑혔다.

현재 한국GM에서 출고한 차량이 미국 현지 딜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고객 인도로 이어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다른 공장에서 생산할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쉽게 철수를 결정할 수는 없다.  

GM은 2018년 산업은행과 한국GM 회생을 위해 추가 투자와 신차 배정을 약속했다.

현재 창원 공장에 약 560억 원을 투입해 도장공장을 새로 건설하고 2022년부터 트레이블러에 이은 신차 1종의 생산을 시작한다.

한국자동차시장이 여전히 매력적 시장이기도 해 발을 빼기에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올해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미국과 유럽, 인도 등 주요 자동차시장에서 대부분 판매가 줄었지만 한국은 거의 유일하게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완성차업계에서 단단한 내수시장을 보여줬다.

더욱이 GM이 전기차로 대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스티븐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GM해외사업부문(GMIO) 대표는 9월 “GM의 가장 큰 기술센터는 한국 기술센터로 자원 측면에서 볼 때 순수 전기차시대로 가는 데 중심축이 될 것이 분명하다”며 한국을 GM의 부품 공급기반일뿐 아니라 기술 개발에서 필수적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8월까지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LG화학(24.6%)이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삼성SDI(6.3%)와 SK이노베이션(4.2%)은 각각 4위와 6위에 올랐다.

전기차배터리회사와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은 중요한 전기차 테스트 베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올해 한국GM이 흑자전환에 실패하면 세계 각지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한 본사 GM이 특단의 조치를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이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이 권리는 주주 사이 계약을 체결하면서 생긴 권리인 만큼 GM 본사가 손해배상까지 감수한다면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GM은 호주에서 단호하게 철수를 단행하기도 했다.

GM은 2012년 호주정부로부터 10년 동안 공장 유지를 조건으로 10억 달러 지원을 약속받고 2억7500달러를 받았지만 2013년 12월 철수계획을 발표하고 4년 뒤인 2017년 10월 호주에서 최종적으로 철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