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들이 윤곽을 드러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 의견 차이가 큰 만큼 최종 임명까지는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국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후보추천위원회는 9일 추천이 마감된 공수처장 후보자 11명을 공개했다.
 
공수처장 후보 11명에도 출범 낙관 못해, 민주당 법개정 다시 꺼내나

▲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왼쪽부터),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한명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1명,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명,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3명, 더불어민주당 추천위원인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와 박경준 변호사는 2명, 국민의힘 추천위원인 임정혁 변호사와 이헌 변호사는 4명을 추천했다.

이번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서 공수처를 바라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시각차이가 드러났다.

민주당 추천위원은 전종민 변호사, 권동주 변호사 등 판사출신으로만 2명을 추천했다.

반면 국민의힘 추천위원은 김경수 변호사, 강찬우 변호사, 석동현 변호사, 손기호 변호사 등 검사출신으로만 4명을 추천했다.

사실상 민주당의 당론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추 장관도 판사 출신인 전현정 변호사를 추천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민주당은 공수처를 검찰개혁을 위해 검찰을 견제하는 역할도 하는 기관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검찰의 독립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공수처장 후보와 관련해 “공수처가 헌법질서와 입법 취지에 따라 정치적 중립과 직무상 독립을 지키고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게 할 검찰 고위직출신들로 추천했다”고 말했다.

공수처를 바라보는 여야의 시선이 크게 다른 만큼 후보추천위원회는 각 당의 대리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 후보 선정에는 추천위원 7명 가운데 6명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결론 도출도 불투명하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9일 최고위원회에서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더는 저버리지 않도록 후보추천위원회가 앞으로 일정을 차질없이 진행해 이달 안에 공수처장이 임명되기를 바란다”며 공수처장 임명절차 진행을 독촉하는 것도 지연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공수처장 최종후보 추천과 관련해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당에 거부권이 있는 것이고 충분히 검증이 돼야 하는 것 아닌가”며 “민주당이 왜 저렇게 성급한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여야 사이 접접을 찾기 어려워 보이는 만큼 비교적 중립적 위치에 있는 변협에서 추천한 후보들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찬희 변협 회장은 변협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관련해 처음부터 후보자를 공개하고 언론간담회를 여는 등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변협에서는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한명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를 추전했다.

이찬희 회장은 변협 추천 후보들을 놓고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갖췄다”며 “만에 하나 흔들기가 있더라도 신념을 지킬 분들로 추천했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공수처와 관련해 전혀 다른 시각을 지니고 있는 만큼 상대방 후보의 문제점을 들춰내 공격하면서 각 당의 선택을 밀어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추천한 석동현 변호사와 관련해 "국민의힘으로 지역위원장까지 한 정치인"이라며 "정치적 중립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야당 추천은 전부 특수부출신 검사인데 검찰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겠느냐"며 "검사 출신이 공수처장이 되거나 공수처가 검찰의 이중대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라는 것이 제2의 검찰인데 기본적으로 수사경험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권 의원은 민주당에서 추천한 전종민 변호사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대리인단에서 일한 점을 들고 "친 민주당 성향"이라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힘에서는 공수처의 출범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만큼 최종후보 선정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선정 자체를 사실상 거부하는 자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석동현 변호사는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개인적으로 공수처는 태어나서는 안 될 괴물기관이라고 본다”며 “애당초 지난해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법을 당시 야당이 무기력해 못 막은 것이 화근”이라고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계속해서 공수처장 임명절차가 지연되면 국민의힘 추천위원의 거부권을 제거하는 내용이 담긴 공수처법 개정안을 언제든 꺼내들 태세를 보이고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9일 현안 브리핑에서 “공수처장 인사청문회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이번주 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서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결론 내야 한다”며 “그래야 11월 중 공수처장 인사청문회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