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올해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신약의 판매허가를 받아 세계에서 인정받는 바이오의약품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시판허가 심사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세창 한미약품 신약 개발부문 총괄 대표이사 사장.

▲ 권세창 한미약품 신약 개발부문 총괄 대표이사 사장.


한미약품은 세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미국 정부의 공무원 해외출장 제한 방침으로 미국 식품의약국의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시판허가 심사절차가 잠정 연기됐다고 27일 밝혔다.

호중구 감소증이란 항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백혈구의 50~70%를 차지하는 호중구가 항암 치료에 따라 비정상적으로 감소해 세균 감염에 취약해지는 질병이다.

당초 3월에 예정돼 있던 미국 식품의약국의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공장 실사는 코로나19로 2차례나 일정이 조정돼 10월24일로 잡혔으나 또 다시 취소됐다.

한미약품은 이번 실사를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의 시판허가를 받아 내년부터 롤론티스를 미국에 본격 출시하려 했지만 이런 계획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한미약품은 롤론티스의 시판허가를 받으면 미국 바이오기업 스펙트럼으로부터 1천만 달러(112억 원)의 단계별 기술수출수수료(마일스톤)도 받기로 했는데 미국 식품의약국의 시판허가 심사절차 연기로 이마저도 불투명해졌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돼 미국 정부의 공무원 해외출장 제한조치가 해제되는 것을 기다리는 것 이외에 한미약품에게 마땅한 방도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밖의 생산시설에서 생산된 의약품에 관한 미국 식품의약국의 심사가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롤론티스뿐만 아니라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에 관한 미국 식품의약국의 시판허가 절차의 진행도 차질이 예상된다.

현재 오락솔은 롤론티스와 마찬가지로 ‘전문의약품 허가 신청자 비용부담법(PDUFA)’에 따라 시판허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만약 한미약품이 오락솔을 국내에서 생산하게 된다면 마찬가지로 미국 식품의약국의 평택 바이오공장 시설 실사를 먼저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 역시도 제때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미약품은 오락솔에 관해서는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공급할 것인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식품의약국의 오락솔 심사기한은 2021년 2월28일까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평택 바이오공장 실사를 제외하고 롤론티스와 관련한 자료 제출을 포함한 시판에 관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스펙트럼의 롤론티스 미국 생산시설 실사도 이미 마쳤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이 2012년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했다.

한미약품은 롤론티스의 안전성과 약효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라는 외부변수로 미국 식품의약국의 시판허가 심사절차가 지연된 만큼 생산공장 실사가 이뤄지면 시판허가를 받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빠른 시일 안에 생산공장 실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스펙트럼과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롤론티스에 관해 서류 보완 등의 지시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평택 바이오공장 실사만 통과한다면 시판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이 내놓은 첫 번째 바이오신약으로 약물의 약효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도록 한미약품의 플랫폼기술 ‘랩스커버리’가 탑재됐다.

한미약품은 롤론티스의 약효가 3주 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1주 동안 약효가 지속되는 다국적 제약사 암젠의 ‘뉴라스타’에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한미약품은 1회 주사에 6천 달러(700만 원)가 넘는 뉴라스타보다 저렴한 가격을 책정하는 것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라스타는 2015년에 특허가 만료돼 풀필라 등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출시됐음에도 뉴라스타는 4조 원이 넘는 미국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