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전지사업본부 분사 뒤 농업 자회사 팜한농 육성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신 부회장은 LG화학의 기존 주주들을 위해 존속법인의 나머지 사업들을 잘 키워야 하는 만큼 그동안 LG화학의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져온 팜한농에서 실적 개선이 절실하다. 
 
LG화학 '아픈 손가락' 팜한농 키운다, 신학철 배터리 분사 뒤 돌아봐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25일 LG화학에 따르면 팜한농은 환경에 영향을 적게 주는 새 제초제 테라도를 앞세워 글로벌시장 공략에 힘쓴다.  

LG화학은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팜한농은 4분기에 테라도 등 주요 제품 매출 확대로 올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다"고 말했다.

팜한농은 LG화학의 그린바이오를 대표하는 자회사다. 농업 관련 사업의 특성상 상반기에는 영업이익을 내지만 하반기에 영업손실을 내는 실적 추이를 나타낸다. 올해 3분기에도 이런 계절적 요인으로 영업손실 96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팜한농은 LG화학에서 그동안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며 신 부회장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신 부회장에 앞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미래 LG화학의 3대 성장동력으로 레드바이오(제약 등 의료), 화이트바이오(물, 에너지), 그린바이오(작물재배, 비료)를 낙점하면서 그린바이오사업을 위해 팜한농을 인수했다. 

하지만 박 전 부회장 시절 팜한농은 제대로 성장성을 실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2016년 4월 LG화학에 인수된 뒤 이듬해 흑자전환해 본격 성장이 예상됐지만 2018년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났다.

팜한농이 LG화학에서 차지하는 매출비중도 2%대로 떨어지면서 한때 매각설까지 나오는 등 입지도 불안했다.

하지만 LG화학이 9월 전지사업본부의 물적분할을 결정한 뒤 상황이 달라졌다.

신 부회장은 LG화학의 기존 주주들을 위해 팜한농을 비롯한 존속법인의 사업들을 잘 키워야 하는 과제가 무거워진 것이다.

신 부회장은 "전지사업본부 분사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으로 기존 석유화학,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 사업에도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 LG화학 사업 포트폴리오의 균형 있는 발전을 추구할 수 있다"며 "주주환원정책도 강화할 수 있어 주주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팜한농은 실적 반등을 위한 대책으로 새 제초제 제품 테라도를 꺼내들었다. 

팜한농은 2005년부터 한국화학연구원과 공동으로 환경에 영향을 적게 주면서도 제초효과가 우수한 제초제를 개발해왔다. 13년 동안 400억 원을 투자해 2018년 테라도 개발에 성공했다.

팜한농은 9월 테라도를 미국 환경보호청의 신규 작물보호제로 등록하며 2조 원 규모의 미국 제초제시장 공략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미국은 글로벌 제초제 시장의 20%에 해당하는 큰 규모의 시장이다.

팜한농은 테라도 등록 국가를 더 늘리기 위한 절차도 밟고 있다. 

이미 국내와 미국에 이어 스리링카에서 제품 등록을 마쳤고 호주와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7개 국가에서 제품 등록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팜한농은 특히 계절적 요인에 따른 하반기 영업손실을 극복하기 위해 사시사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동남아지역이나 한국과 계절이 정반대인 남반구지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테라도 제품 외에 다른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도 강화하고 있다.

팜한농은 2018년 271억 원, 2019년 275억 원, 올해 상반기 141억 원을 연구개발비용으로 투입하며 신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도 4.5~5%로 LG화학의 다른 사업본부와 비교해 봐도 적정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은 배터리사업 분사를 결정한 뒤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생명과학과 팜한농 육성에 힘을 쏟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팜한농 관계자도 "해외시장 공략에 더욱 집중해 LG화학의 신성장동력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