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쟁구도에 윤석열은 이제 상수, 대선출마 로드맵 윤곽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대통령 선거 경쟁구도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비집고 들어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 총장의 임기와 주요 정치일정, 확실한 대선후보가 없는 보수야권의 고민 등 주변 여건이 맞아들어가는 상황에서 윤 총장이 직접 정계입문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까지 내놓으면서 대선구도에서 윤 총장이 상수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23일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총장의 국감 발언을 놓고 “정치를 목표로 두고 발언한 게 아닌가 싶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대체적 시선은 신 최고위원의 발언과 같다.

윤 총장은 22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임기를 마친 뒤 정치를 할 것인지 질문을 받았다.

윤 총장은 “직무를 다 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고 앞으로 거취를 이야기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 사회에서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퇴임하고 나서 생각해 보겠다”라고 대답했다.

김 의원이 “봉사 방법에 정치도 들어가나”라고 재차 묻자 윤 총장은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윤 총장이 총장 임기를 마친 뒤 거취와 관련해 생각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입문과 관련해 부정적 대답을 하지 않은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국민을 위한 봉사’라는 표현은 정치인이 출마 의사 등을 밝힐 때 자주 쓰이는 표현이기도 하다.

윤 총장이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면서 “임기라는 것은 취임하면서 국민과 한 약속”이라고 발언한 부분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임명직 공무원이지 선출직이 아니다. 그러나 윤 총장은 '국민'과 약속을 했다고 표현했다.

정치권의 상황은 윤 총장의 정치입문에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16일 내놓은 다음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각각 20% 안팎의 지지율로 양강구도를 형성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와 이 지사 모두 민주당 소속인 만큼 국민의힘으로서는 현재 대선 경쟁구도의 큰 변화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에는 아직까지 경쟁력 있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보수야권의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모두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그나마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 국민의힘 외부에 있는 인사들이 비교적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윤 총장은 정치인이 아님에도 4%의 지지율로 보수야권 후보 가운데 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으로서는 윤 총장 영입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윤 총장의 임기가 2021년 7월에 끝난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국민의힘 당헌이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대선 전 240일부터 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어 윤 총장이 임기를 마치는 시기와 차이가 크지 않다. 대선은 2022년 3월에 치러진다.

윤 총장이 국민의힘을 통해 대선에 도전하려 한다면 대선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총장 임기를 마치고 시간 공백 없이 바로 대선 예비후보로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윤 총장이 검찰출신으로서 한계를 극복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찰출신 정치인이 경험을 쌓을 시간 없이 큰 역할을 맡았다가 실패한 사례는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서 박근혜 정부 때 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보수층에서 지지가 높아졌다는 이유로 검사 출신인 황교안 전 대표에게 당대표를 맡겼다가 총선에서 대패를 당한 것이 불과 반년 전 일이다.

국민의힘은 검사 출신을 포함해 법조인 출신 대선후보를 내 대선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

과거 대통령 선거를 되짚어 보면 한나라당 때인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는 대법관 출신 이회창 후보를 내 모두 패배했다.

자유한국당 때 검사 출신인 홍준표 후보를 냈던 2017년 대선에서의 패배는 역대 대선 최다표 차이의 패배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