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등 금융그룹의 은행계 카드사에도 장수 CEO(최고경영자)가 나올까.

은행계 카드사 CEO는 유독 ‘단명’하는 일이 잦았다. 연임은커녕 주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은행계 카드사에도 장수 CEO 나오나, 이동철 임영진 연임 가능성 주목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과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연말인사에서 유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 사장은 2018년부터 KB국민카드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말 한 차례 연임하면서 ‘2+1’을 채웠는데 올해에도 자리를 지킬 것이란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이 사장은 2011년 KB국민카드가 은행에서 분사된 뒤 가장 오랜 기간 KB국민카드를 이끌고 있다. 1년 더 임기를 지내면 다시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KB국민카드는 지난 10년 동안 최기의 전 사장, 심재오 전 사장, 김덕수 전 사장, 윤웅원 전 사장에 이어 이동철 사장까지 모두 5명의 사장을 맞았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 임기를 지낸 사람은 이 사장을 제외하면 초대 사장인 최기의 전 사장(2년4개월)이다.

그동안 KB국민카드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계 카드사 대표들도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대부분의 금융지주에서 카드사의 위상이나 이익 기여도가 그리 높지 않다보니 금융지주 부사장이나 은행 부행장이 와서 다음 자리로 가기 전에 잠깐 스쳐간다는 인식이 강했다.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 하나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들이 대부분 은행에서 분사됐고 업무도 은행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카드사 CEO의 평균임기는 2~3년에 그친다. 10년 이상 자리를 지킨 CEO가 여럿 있는 보험사 등과 대조적이다.

역대 카드업계 최장수 CEO로는 이재우 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 원기찬 전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 박상훈 전 롯데카드 대표이사 사장 등이 꼽히는데 모두 6년가량 임기를 지냈다.

이 가운데 2명은 기업계 카드사다. 신한카드는 은행계 카드사이긴 하지만 LG카드와 옛 신한카드의 합병으로 탄생해 기업계 카드사의 성격도 강하다.

지금도 은행계 카드사 대표는 대부분 은행 부행장이나 금융지주 부사장 출신이 채우고 있지만 예전처럼 자주 바뀌는 분위기에서는 확실히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원재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은 2018년 사장에 올라 2년 임기를 마친 뒤 1년 임기의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연임하면 우리카드 역사상 최장수 기록을 세우게 된다.

우리카드 역시 2013년 출범 이후 CEO 교체가 잦았다. 초대 사장인 정현진 사장이 3개월도 안 돼 퇴진하면서 강원 사장이 선임됐지만 연임에 실패하면서 1년 4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뒤 유구현 사장이 두 차례 연임하면서 우리카드의 CEO 단명 징크스를 끊었다.

은행계 카드사 대표들의 재임기간이 늘어나는 이유로는 은행 의존도를 낮춰야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카드사 등 핵심 비은행 계열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네이버나 카카오로 대표되는 빅테크들이 간편결제서비스로 카드사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에서도 임영진 대표이사 사장이 4년째 신한카드를 이끌고 있다.

임 사장은 2017년 3월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 ‘2+1’을 다 채운 데 이어 지난해 1년 연임에 또 성공했다. 이번에도 연임하면 5년 동안 신한카드를 이끌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