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정책에 비판 소나기, 이낙연 우산 역할이 더없이 고맙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부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 경제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몇몇 경제정책을 놓고 여론과 정치권에서 비판의 소나기를 맞고 있지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우산 역할을 해주고 있다.

국무조정실장과 총리로 손발을 맞춰 쌓은 신뢰관계가 홍 부총리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21일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경제성장률과 수출, 기업심리지수, 상장사 영업이익 등 일부 경제지표들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경제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홍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 말에 화답하면서 “모든 정책의 성과는 당의 전폭적 협조와 협업 없이는 짧은 시간 내에 이루기 어렵다”며 “당의 지원과 협조를 기대하고 정기국회에서 주요 법안 및 내년 예산안 심의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현재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 확대, 재정준칙 마련, 부동산정책 등 주요 경제정책과 관련해 여론의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본인의 전셋집이 전세 계약갱신을 거절당하면서 전세대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조롱섞인 비난까지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홍 부총리 해임 요구와 함께 부동산정책 관련해 ‘전세 난민’인 홍 부총리에게 싸게 전셋집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청원까지 올라왔다.

19일에는 증시 개인투자자들이 ‘홍남기 해임 청원 실검 챌린지'를 벌이기도 했다. 실검 챌린지는 특정 문구를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순위에 올리기 위해 여러 명이 동시에 벌이는 행동을 말한다.

홍 부총리를 더욱 난감하게 만드는 요인은 여당 안에서도 홍 부총리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의원들이 있다는 점이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대상 확대와 관련해 “정부는 부동산에 쏠린 유동성 관심을 자본시장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 중인데 이런 상황에서 (대주주) 3억 원 과세기준을 고집하는 것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며 “기획재정부는 엘리트 의식과 무오류성에 갇혀 국민들의 절규를 외면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홍 부총리가 재정준칙 도입을 주장하자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재정준칙 도입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인사권의 문제니까 언급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같이 갈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도 말했다.

여론의 움직임에 민감한 국회의원들과 정부 재정을 책임지는 홍 부총리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구체적 사안을 놓고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홍 부총리의 전임자인 김동연 전 부총리만 살펴봐도 임기 내내 여당,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 홍 부총리 역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로부터 “해임을 건의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이낙연 대표가 당대표가 된 뒤 홍 부총리와 민주당 지도부 사이 분위기는 크게 바뀌었다. 이 대표는 총리 시절 국무조정실장이었던 홍 부총리를 직접 경제부총리로 추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대표와 홍 부총리는 각각 국무총리과 국무조정실장일 때부터 가상화폐 규제, 살충제계란 사태, 라돈침대 사태 등 여러 현안에서 손발을 맞췄다.

이 대표는 홍 부총리를 비판한 김두관 의원의 발언이 나온 다음 날인 9일 서울 종로구 세종이야기미술관에서 열린 ‘킹 세종 더 그레이트’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재정준칙을 (도입)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홍 부총리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홍 부총리를 향해 신뢰를 계속 보이는 점도 그에게는 힘이 된다.

문 대통령은 20일 홍 부총리로부터 3분기 경제성장률이 성장세로 돌아섰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비공개 업무보고를 받은 뒤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내수와 고용 충격에도 불구하고 경제팀이 수고를 많이 했다”며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는 최근 개선 흐름을 보이는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 회복에도 총력을 기울여 코로나19 방역에 이어 경제에서도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