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SK그룹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을 통해 낸드플래시사업 확대를 꾀한다.

이 사장이 이번 결정으로 좀처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낸드사업의 형세를 바꿀 수 있을지, 아니면 과중한 투자로 SK하이닉스 반도체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게 될지 주목된다.
 
[오늘Who] 이석희, 인텔 낸드 품어 SK하이닉스 확실한 2위 원한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놓고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함께 나오고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인수합병을 두고 “메모리산업의 통합이 전개된다는 점은 SK하이닉스 주가에 긍정적이지만  낸드플래시사업의 단기 흑자전환이 어렵다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쪽에서는 일본 키옥시아 투자로 4조 원 가까이를 썼는데 또 10조 원 넘는 돈을 수익도 별로 나지 않는 낸드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어정쩡한 4~5위에서 확실한 2위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석희 사장은 이번 인수합병을 발표하며 “낸드분야에서도 D램 못지않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한다. D램시장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해 왔지만 낸드시장에서는 뚜렷한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와 인텔의 낸드 점유율은 각각 11.7%와 11.5%로 집계됐다. 두 기업의 낸드사업부가 합쳐지면 일본 키옥시아(17.2%)를 뛰어넘고 2위에 올라 삼성전자(31.4%)를 추격하게 된다.

대량생산품인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점유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가격 경쟁과 고객사 확보에 훨씬 더 유리해진다는 뜻이다. 

이 사장이 낸드사업부의 적자를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대형 인수합병을 결단한 데는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함께 낸드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인텔 낸드사업부의 실적 자체도 긍정적이다.

인수합병 평가기관인 안진회계법인에 따르면 인텔 낸드사업부는 2019년 영업손실 6억2100만 달러를 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이익 6억100만 달러를 거둬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인텔 낸드사업부 영업이익은 2022년 8억9100만 달러, 2023년 12억2500만 달러 등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SK하이닉스는 2019년 낸드사업에서 영업손실 2조 원 후반 대를 본 뒤 올해 3분기까지도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됐다. 96단 이상 고부가 낸드에 관한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높은 수준의 생산원가로 수익성 개선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분석됐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낸드사업부가 현재 적자상황인 것과 달리 인텔 다롄 공장은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번 인수는 SK하이닉스 낸드사업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재무 부담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인수대금을 모두 현금으로 지급하고 관련 자금은 보유현금 및 차입금 등을 통해 조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상반기 SK하이닉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조9182억 원, 차입금은 12조6900억 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가 2021년 말까지 인텔에 먼저 70억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차입금 확대가 필수라는 말이 나온다.

코로나19로 메모리반도체업황에 변동이 커지면서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가운데 갚아야 할 돈은 더 늘어나는 셈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종 거래가 끝나는) 2025년 3월까지 다롄 생산시설에 관한 운영권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70억 달러를 지급하는 것은 부담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이런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주식은 20일 오후 2시12분 기준 전날보다 1700원(1.96%) 하락한 8만5천 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이석희 사장은 인텔 낸드사업 인수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꼭 필요한 결단이었다고 본다.

인텔의 낸드 생산능력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기술력을 동시에 확보해 낸드시장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이 사장은 SK하이닉스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낸드사업에서도 D램사업만큼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며 “D램과 낸드라는 든든한 두 날개를 활짝 펴고 4차산업혁명의 중심으로 함께 비상하자”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