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그룹 내 대표적 정보통신(IT) 전문가로 꼽히는 김장욱 대표이사에게 이마트24 경영을 맡기면서 편의점사업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김 대표는 무인화, 자동화 등 IT 솔루션을 이마트24에 적극적으로 도입해 기술혁신을 통해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Who] 정용진 이마트24 결단, IT전문가 김장욱 무인화로 간다

▲ 김장욱 이마트24 대표이사.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신세계그룹 인사로 김장욱 대표가 신세계I&C에서 이마트24로 자리를 옮긴 것을 두고 정용진 부회장이 편의점사업에서 승부수를 띄운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정 부회장은 2017년 7월 ‘위드미’를 ‘이마트24’로 변경하고 3년 동안 3천억 원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점포 수는 2017년 2652개에서 2020년 9월 5131개로 2배 가까이 증가하며 외형이 확대됐다. 편의점업계 선두권인 CU와 GS25 매장 수의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이마트24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영업손실 396억 원과 281억 원을 냈고 2020년 상반기에도 영업손실 132억 원을 보는 등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24의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정 부회장은 구원투수로 IT 전문가인 김장욱 대표를 선택했다.

김 대표는 신세계I&C를 5년 동안 이끌어왔다. 신세계I&C는 신세계그룹의 IT 시스템을 운영, 유지 보수하는 시스템통합(SI) 기업으로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스마트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곳이다.

김 대표는 2019년 신세계I&C에 있으면서 국내 최초로 자동결제 ‘셀프(self)’ 매장을 열었다. SSG페이 또는 이마트24앱을 통해 발급된 입장 QR코드를 스캔해 매장에 들어가서 원하는 물건을 골라 별도의 결제없이 그냥 나오기만 해도 되는 무인화 점포다.

이는 아마존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무인 자동결제 매장인 ‘아마존 고’와 같은 형태로 매장 내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고객이 고른 물건을 자동으로 인식한다.

또 김 대표는 2020년 9월 무인매장의 핵심기술인 ‘스마트선반’을 출시하기도 했다. 스마트선반은 선반에 인공지능 비전 기술(카메라, 스캐너 등 시각 매체를 통해 받은 영상에서 주변 물체 등 이미지를 분석하는 기술), 딥러닝, 무게센서 등 기술을 결합해 별도의 바코드 스캔 없이 소비자가 상품을 꺼내면 자동으로 결제되도록 설계됐다.

김 대표가 사실상 신세계그룹의 무인매장화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이마트24의 무인매장 확대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24는 현재 56개의 무인화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편의점업계에서 가장 많다. 또 이마트24는 공유오피스 위워크와 손잡고 ‘셀프 미니’라는 편의점을 여는 등 새로운 유형의 매장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24의 이런 움직임은 차별화 전략을 통해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편의점 매장의 무인화는 장기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정부의 편의점 심야영업 축소 방침 등에도 대응할 수 있어 수익성 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세계적으로도 편의점의 무인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 편의점업계는 2025년까지 모든 제품에 전자태그를 부착해 모든 매장의 무인화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마트24가 다변화된 무인점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편의점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는 것은 근접출점 자율규약에 따른 출점여력 둔화가 후발업체인 이마트24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정 부회장으로부터 전폭적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사업은 정 부회장이 점찍은 신세계그룹의 새 성장동력인 동시에 무인점포, 드론배송 등 IT 기술을 가장 먼저 적용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시험장)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24는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나 신세계백화점보다 매장규모가 작아 최신 IT기술을 적용하는데 부담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생활권에 매장이 있어 다양한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이 편의점의 주요 고객이라는 점도 IT기술 시험적용에 유리한 측면이다.

정 부회장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유통사업에 접목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이마트24의 대표 변경은 정 부회장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마트24가 규모는 어느 정도 갖춘 만큼 김 대표는 이제 무인점포를 중심으로 한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에 경영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