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가 헬릭스미스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유상증자 발행을 꺼내들었지만 소액주주들의 반응이 냉담해 빨간불이 들어왔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불가피하다는 헬릭스미스의 입장에는 공감하지만 신뢰가 훼손된 데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크다.
 
<a href='https://m.businesspost.co.kr/BP?command=mobile_view&num=258868'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 data-attr='MO_Article^EditorChoice^김선영'>김선영</a> 헬릭스미스 대표이사.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


16일 헬릭스미스는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일정이 지연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어 향후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리며 일반주주들의 적극적 유상증자 참여를 바라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2020년 상반기 기준으로 법인세 비용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이 505억 원에 이르러 자기자본(1520억 원) 대비 33.25%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0년 ‘법인세 비용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이 연간 50%를 넘을 가능성이 커지는데 2019년에도 54.4%에 이르렀다.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 비용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이 최근 3년 사이 2개년에서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에 편입된다.

헬릭스미스는 만약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면 ‘시장 신뢰도 악화→자금조달 곤란→연구개발자금 부족→유동성 위기→주식매매 거래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헬릭스미스 입장에서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규모를 키우면 법인세 비용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의 비율을 낮출 수가 있다.

이 때문에 김선영 대표는 유상증자로 약 2800억 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헬릭스미스는 유전자 치료제 전문 위탁개발생산(CDMO)사업, 유전자 치료제 전문 분석사업 등 고부가 및 고성장 바이오 플랫폼사업의 운영과 유전자 치료제 ‘엔젠시스’ 집중투자로 진도가 지연됐던 유망 후보물질의 연구개발 자금 확보가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10월7일 헬릭스미스에 증권신고서를 정정할 것을 요구해 유상증자 일정이 1주일 연기되는 등 유상증자 절차 진행도 원활하지 않다. 이 기간 헬릭스미스 주가 변동에 따라 유상증자 참여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일부 헬릭스미스 소액주주들은 김 대표의 이번 유상증자 결정이 회사와 주주 사이 신뢰관계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주주가치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다. 여기에 2019년 8월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이후 앞으로 2년 동안 추가 유상증자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고 올해 7월 온라인 주주간담회를 통해 다시 한번 유상증자는 없다고 말했음에도 이를 번복하고 유상증자를 시행하기 때문에 소액주주의 배신감은 크다.

일부 소액주주 사이에서는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통해 김 대표의 해임 및 전문경영인 선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김 대표가 보유한 헬릭스미스 지분은 10월12일 기준 9.79%에 불과하고 특수관계인을 모두 포함하더라도 12.14%에 그치고 있어 소액주주의 결집은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변경수 헬릭스미스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16일 현재 5%가량의 주주들로부터 주주 권한 행사에 관한 위임장을 받았다”라며 “국내외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펀드와 손을 잡고 소액주주 의결권을 이들에 위임해 헬릭스미스를 탄탄한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연구개발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신약 후보물질의 일부를 자회사에 넘겨주고 추가로 스핀오프(분사)도 검토하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14일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AAV) 벡터를 활용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위해 ‘뉴로마이언’을, 고형암을 대상으로 하는 카티(CAR-T)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해 ‘카텍셀’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헬릭스미스는 이 자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외부투자를 통해 연구개발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혀 모회사인 헬릭스미스의 신약 연구개발비 부담은 훨씬 줄어들 수 있게 됐다.

이밖에 김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매출 규모를 늘리기 위해 미국 소재의 자회사 제노피스의 플라스미드 유전자(DNA) 위탁생산(CMO)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 성장하는 유전자 치료제의 원료인 플라스미드 DNA를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요구하는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기준) 수준의 품질로 만들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제노피스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헬릭스미스는 현재 공들여 개발하고 있는 유전자 치료제 ‘엔젠시스’가 성과를 낼 때까지 제노피스가 버팀목이 되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업계는 바이러스 벡터 및 플라스미드 DNA 생산시장 규모가 2017년 2억9천만 달러(3400억 원)에서 2023년 11억 달러(1조28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