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주요 계열사 보유지분이 낮은 만큼 정 회장을 중심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의 새 판을 짜 안정적 지배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승계 마지막 열쇠, 지배력 위한 지배구조 개편 서두르나

정의선 회장이 14일 회장에 선임된 뒤 전세계 그룹 임직원들에게 영상으로 취임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14일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차그룹 회장을 정의선 회장에게 넘겨주면서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지분 증여와 지배구조 개편이 남은 과제로 꼽힌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회장에 올랐지만 지배력은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주요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지분을 6월30일 기준 각각 2.62%, 1.74%, 0.32%씩 들고 있는 데 그친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정 회장에게 넘긴다면 지배력을 확보하게 된다.

정 명예회장이 현재 보유한 상장사 지분은 현대차 5.33%, 현대모비스 7.13%, 현대글로비스 6.71%, 현대제철 11.81% 등인데 이날 종가 기준으로 지분가치는 약 4조45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증여 지분이 조 단위에 이르는 만큼 증여세 부담이 커서 지분 승계는 지배구조 변경 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증여세는 최대 50%까지 매겨지는데 정 회장이 보유한 현금이나 증여받은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 세금을 낼 수 있지만 조 단위의 세금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취임과 무관하게 공정경제 이슈로 지속해서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받아왔는데 최근 공정거래3법의 국회 통과가 될 가능성이 높아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정거래법과 상법, 금융그룹감독법으로 대표되는 공정거래 3법이 11월 중에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전히 순환출자를 해소하지 못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사익편취 규제,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 보유한 상장 계열사에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해소하지 못한 순환출자고리도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국내 30대 대기업 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지 못한 기업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등 4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현대모비스를 분할하는 방안, 현대차그룹이 별도의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 정 회장이 정공법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 등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여러 시나리오가 나왔다.

관건은 이를 추진하기 위한 자금 확보다.

2018년 현대차그룹이 내놨던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를 이행하기 위해서 당시 정 회장이 주식 양도소득세 등으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1조 원 안팎으로 추산됐다.

정 회장이 이를 위해 비주력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 회장은 6월30일 기준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위아 1.95%, 현대엔지니어링 11.72%, 이노션 2%, 현대오토에버 19.47% 등의 지분을 쥐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업계의 강한 반발에도 현재 중고차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배경에 현대글로비스가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중고차 경매사업을 하고 있는데 향후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이 허용되면 중고차사업을 확장하면서 기업가치를 크게 키울 수 있어 정 회장의 지분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이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주요 계열사 가운데 상장하지 않은 유일한 회사로 기업공개를 거친다면 지분가치가 크게 늘 수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엔지어니링이 상장하는 방안, 현대건설이나 현대로템 등 상장한 주요 계열사와 합병하는 방안 등 여러 시나리오가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시공능력평가 7위를 받은 종합건설회사로 상장할 때 정 회장이 최소 1조 원가량의 실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시장은 바라보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 회장 등이 보유한 비주력계열사 지분의 일부 매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정 회장의 지배력이 약한 만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경도 불가피하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