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글로벌 리콜을 통해 현대차 전기차인 코나EV의 신뢰회복에 총력을 기울인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의 '불타는 전기차' 이미지를 해소하지 못하면 내년 초 출시하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 판매에도 타격을 입으며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리더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현대차 전기차 전략 차질은 안 된다', 정의선 코나EV 글로벌 리콜 의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10월 안으로 국내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시장에서도 코나EV를 대상으로 국내와 같은 수준의 리콜을 진행한다.

리콜대상은 올해 3월까지 판매된 코나EV로 유럽 3만7천 대, 미국 1만1천 대, 중국과 인도 등 기타지역 3천 대 등 국내 2만5564대를 포함하면 7만7천 대에 이른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번 리콜을 정 수석부회장의 결단으로 바라본다.

현대차는 2018년 정 수석부회장체제가 본격화한 뒤 글로벌사업에서 각 권역본부의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는데 이번 리콜은 세계 각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다.

그동안 코나EV 화재사고가 집중적으로 일어난 국내에 국한하지 않고 글로벌시장에서 코나EV의 화재 가능성을 한 번에 없애겠다는 것인데 정 수석부회장의 의지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코나는 ‘정의선 차’라고 불릴 정도로 정 수석부회장에게 큰 의미를 지닌 모델이다.

코나는 현대차의 소형SUV시장을 연 모델로 2017년 정 수석부회장이 출시행사에서 직접 청바지에 흰 티를 입고 차량을 소개해 정의선 차로 불린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런 코나의 리콜을 결정한 것은 내년 초 내놓을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 판매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2021년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도약을 위한 원년으로 삼아 2025년까지 전기차시장 세계 리더가 되겠다”고 말했다.

내년 초 준중형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 전기차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글로벌 전기차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일 계획을 세웠는데 코나EV 안전 문제가 지속하면 아이오닉은 출시 전부터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2022년 아이오닉6, 2024년 아이오닉7 등 아이오닉 시리즈를 줄줄이 내놓을 계획을 세웠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무게 중심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예상보다 빨리 옮겨가고 있는데 아이오닉이 출시 단계부터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정 수석부회장이 세운 전기차시장 세계 리더 목표는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이 글로벌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면 내연기관차 판매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완성차업체의 평균 판매대수를 기준으로 1대당 평균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95g/km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한다. 이를 어기면 초과 배출량 1g당 95유로(약 13만 원)의 벌금을 매긴다.

유럽은 올해 사상 처음 전기차 판매량 100만 대를 넘기며 코로나19로 주춤한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판매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계에서 전기차시장이 가장 빨리 크고 있는 곳이지만 여전히 내연기관차가 전체 완성차 판매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현대차가 유럽에서 내연기관차를 팔면서도 배기가스 관련 폭탄 벌금을 맞지 않으려면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를 더욱 빠르게 늘리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서도 내년 출시하는 아이오닉의 성과가 중요한 셈이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현대차가 내년부터 강화되는 유럽연합(EU)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지 않으면 2019년 기준으로 내야하는 벌금은 3조 원에 이른다.

정 수석부회장이 안전성 강화를 위해 코나EV의 글로벌 리콜을 결정했지만 리콜 이후에도 신뢰회복을 위해 가야할 길은 멀어 보인다.

LG화학과 화재사고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 현재의 리콜조치에 부족함을 느끼는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국토교통부는 8일 코나EV의 리콜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화재원인을 LG화학의 배터리셀 제조 불량에서 찾았는데 LG화학은 국토부 발표 이후 공식 입장문을 내고 배터리셀 불량 가능성을 반박했다.
 
'현대차 전기차 전략 차질은 안 된다', 정의선 코나EV 글로벌 리콜 의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왼쪽)이 6월 LG화학 오창공장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차그룹>


코나EV 1대당 배터리 가격은 2천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교체 등 리콜과 관련한 현대차와 LG화학의 비용 부담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느냐는 양측에게 모두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이번 리콜에서 우선적으로 배터리 관리시스템(BMS)를 업데이트를 한 뒤 이상 징후가 있을 때만 배터리를 교체해주기로 했는데 이를 놓고도 소비자의 불만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코나EV 차주들은 동호회 카페 등을 중심으로 시스템 업데이트가 무슨 리콜이냐며 현대차가 배터리를 선제적으로 교체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향후 배터리 관리시스템 업데이트를 통해 충전속도를 늦추거나 충전량을 완충과 비교해 80% 선에서 제한할 가능성 등도 우려하고 있다.

일부 차주를 중심으로 집단소송 움직임도 나오고 있는데 코나EV 화재사고 관련 논란이 계속된다면 현대차 전기차 이미지에 좋을 것이 없다.

코나EV는 2018년 출시된 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12건의 화재사고가 보고됐다. 올해 들어서만 국내에서 5월 1건, 8월 2건, 9월 1건, 10월 1건 등 모두 5건의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서보신 현대자동차 생산품질 담당 사장은 현대차 품질 논란과 관련해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기술상 제작상 책임을 인정한다”며 코나EV의 리콜을 공식화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