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참여한 점을 놓고 합리적 가격에 인수해야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29일 “두산인프라코어 매물 지분의 적정가치는 4564억 원 수준”이라며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합리적 조건과 가격으로 인수한다면 여러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를 합리적 가격으로 인수할 때 긍정적"

▲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회장.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 현대건설기계와 △엔진 내재화 △국내에서 가격 결정력 확대 △부품 및 소재의 구매 협상력 확대 △연구개발비 감소 △강세 지역의 사업 노하우 및 유통망 공유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여러 매체들이 두산인프라코어 예상 매각가격을 8천억~1조 원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 연구원이 산출한 가격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정 연구원은 매각조건과 매물의 ‘상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을 매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봤다.

두산그룹과 채권단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두산인프라코어를 분할한 뒤 사업회사만을 매각한다는 기조를 세웠다.

분할 과정에서 현금과 차입금 배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매물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그러나 아직 매물에 남겨질 차입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없다.

정 연구원은 2020년 상반기 기준으로 두산밥캣이 보유한 현금과 차입금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현금과 차입금을 두산인프라코어 사업부문에 남는 경우를 가정했다.

글로벌 톱2 건설기계회사인 CAT와 코마츠의 EV/EBITDA 평균에서 20%를 뺀 값을 두산인프라코어 영업가치에 적용한 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적정 매각가격을 산출했다.

EV/EBITDA는 시장가치(EV, 기업의 시가총액에 현금 보유량을 더한 뒤 차입금을 뺀 값)를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로 나눈 값으로 적정 주가를 판단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이에 앞서 28일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는 공시를 통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히며 인수전 참전을 공식화했다.

한국산업은행인베스트먼트(KDBI)가 재무적 투자자로 현대중공업지주와 컨소시엄을 이뤘다.

정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소송과 관련한 우발채무 리스크를 두산그룹이 떠안기로 한 것이 현대중공업그룹의 태도 전환을 이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