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실적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내걸고 있는 ‘디지털 전환’ 전략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로드숍 이니스프리, 아리따움 가맹점주와 마찰을 빚고 있다.

서경배 회장은 이와 관련해 10월에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을 앞두고 있어 부담감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a href='https://m.businesspost.co.kr/BP?command=mobile_view&num=326198'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 data-attr='MO_Article^EditorChoice^서경배'>서경배</a>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 회장.


28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서경배 회장은 10월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최근 매출이 급감하는 오프라인 로드숍을 향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경배 회장은 올해 쿠팡, 11번가, 네이버, 무신사 등 온라인 플랫폼과 협업하며 온라인 전용 제품과 브랜드를 내놓으며 디지털 전환에 어느 때보다 속도를 내고 있다.

고정비 지출이 많은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비중을 줄여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코로나19 영향까지 더해지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23.4%, 67% 감소한 2조4601억 원, 1041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이런 실적 부진 속에서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상반기 국내 사업에서 온라인부문 매출이 플랫폼 입점의 확대와 전용제품 출시 등에 힘입어 80%가량 고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경배 회장은 올해 3월에는 제품을 특별 환입하는데 32억 원, 방문판매원의 소득보전과 영업활동 지원에 15억 원, 방문판매원의 면역력 강화를 위한 건강기능식품 제공에 15억 원, 기타 지원에 20억 원 등 82억 원을 지원하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맹점을 돕는 데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오프라인 가맹점이 안정적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환경 조성에는 나몰라라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가맹점주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다룰 수 없는 온라인 판매 전용상품이 나오는 등 차별이 가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아모레퍼시픽이 11번가, 쿠팡 등 온라인몰에 제공하는 제품가격이 가맹점에 제공하는 가격보다 훨씬 낮아 오프라인 가맹점은 가격 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2018년 말에는 이니스프리 가맹점주를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 마이샵’ 제도를 내놓기도 했지만 가맹점주들은 이러한 대책을 놓고 온라인 마이샵 정책에 적용되는 제품이 30% 불과해 큰 실익이 없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온라인 마이샵은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지정하는 오프라인 매장 가맹점주에 온라인으로 거둔 수익 일부를 나누는 정책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방문판매 및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입지를 탄탄히 다지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과거 성장의 주역이었던 방문판매와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비중이 높은 점이 오히려 최근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으로 가맹사업거래 가운데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운영하는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 브랜드의 로드숍 매장 수는 2018년보다 5.3% 감소한 2257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화장품업계에서는 올해 코로나19 사태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폐점되는 가맹점 수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가맹점 수가 2천여 개에 이르는 만큼 서경배 회장이 가맹점주의 불만을 잠재울 만한 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 시점에서 입장을 내면 가맹점주와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국정감사 질의응답을 통해 자세히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쟁업체인 LG생활건강의 경우 가맹점주와 상생에서 모범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가맹점주의 부담을 덜고자 방문판매 화장품대리점과 생활용품대리점, 음료대리점 등의 직원 인건비로 8억 원을 지원했고 더페이스샵, 네이처컬렉션 등 화장품 가맹점 500여 곳의 3월과 7월 월세를 각각 50%씩 감면했다.

차석용 부회장도 온라인 직영몰을 운영하다 가맹점주와 갈등을 겪자 2019년 6월 가맹점 매출 증가를 이유로 온라인 직영몰의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7월부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문화의 확산 영향으로 온라인 직영몰을 다시 열었다. 다만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의 온라인 직영몰에서 고객이 자주 이용하는 매장을 ‘마이 스토어’로 지정해야 주문이 가능하도록 플랫폼을 보완해 운영하고 있다. 

마이 스토어에 지정된 매장이 주문받은 제품을 배송하고 매출을 확보하게 되면서 가맹점주의 만족도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LG생활건강은 9월8일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하는 2019 동반성장지수에서 6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으며 특히 더페이스샵은 지난해 ‘양호’ 등급에서 올해 ‘최우수’ 등급으로 두 단계나 등급이 상승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