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개념설계사업이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7조 규모 수주전도 안갯속에 빠졌다.
 
차기 구축함사업 국감 도마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수주 안갯속

▲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왼쪽),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 기본설계사업의 최종 사업자 선정을 위해 재심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차기 구축함 기본설계사업은 개념설계를 토대로 한국형 미니 이지스함의 실제 선박을 설계하는 사업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수주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기본설계사업 자체는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선박 건조사업까지 합치면 전체 규모가 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군함은 설계상의 기밀을 유지해야 하는 특성상 큰 문제가 없다면 기본설계사업자가 실제 선박의 건조까지 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모두 기본설계사업 수주전에서 물러설 수 없다.

방위사업청의 심사결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0.056점의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조선소가 위치한 거제시를 중심으로 심사 과정에 얽힌 의혹들을 들어 재심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도 국정감사에서 이 사업의 심사 과정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방위사업청이 섣불리 현대중공업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하기가 껄끄러워지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에 앞서 28일 변광용 거제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의 지역구 김해를 방문해 차기 구축함 개념설계사업의 재심사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했다.

민 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보겠다고 약속한 만큼 상황에 따라 재심사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국방위 국정감사에 방위사업청뿐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사업 관계자가 소환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이번 수주전에서 불법으로 캐낸 대우조선해양의 자료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최근 현대중공업 관계자 및 해군 간부 등 20여명이 울산지방검찰청과 군 검찰에서 차기 구축함의 개념설계사업과 관련한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2014년 해군 간부가 차기 구축함의 개념설계도 등 기밀 자료를 면담 장소에 둔 채 자리를 비운 사이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이를 불법으로 촬영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차기 구축함의 개념설계는 2012년 대우조선해양이 진행했다. 이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대우조선해양의 설계 기밀을 현대중공업이 수주전 승리를 위해 활용한 셈이 된다.

이번 기본설계사업 수주전의 심사에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제시는 앞서 8월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등에 건의서를 보내 방위사업청의 심사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한국전력에 뇌물을 건네 부정당 제재처분을 받은 데 따른 공공입찰 감점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거제시는 건의서에서 최근 5년 동안 해군 함정의 설계 및 건조실적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앞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위사업청이 주관적 평가를 통해 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거제 조선업계와 시민 대다수는 평가결과를 전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철저한 재검증으로 기본설계사업 평가의 부당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심사결과에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국정감사를 통해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져 재심사가 이뤄지더라도 반드시 대우조선해양이 유리해진다고 볼 수만은 없다. 그러나 이대로 현대중공업이 사업을 수주하는 것만은 안 된다는 태도로 실질적 조치를 취하는 단계를 밟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앞서 8월 말 법원에 차기 구축함 기본설계사업의 최종 사업자 선정을 막기 위한 가처분신청을 냈다”며 “법원의 판단 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대응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차기 구축함은 사업의 규모도 규모지만 지금까지 대형 함정의 건조를 도맡아 온 두 조선사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의미도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언론에 알려진 심사결과를 뒤집고 싶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