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화학BU 계열사들이 배터리소재 관련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 화학사업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새 성장동력으로 배터리소재를 점찍고 공격적 투자를 통해 시장 입지를 다지려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신동빈, 롯데 배터리소재 투자로 화학 부진 돌파구 연다

신동빈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및 롯데그룹 회장.


24일 배터리업계나 투자업계에서는 롯데그룹 화학계열사들이 배터리소재회사의 인수합병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 화학계열사들은 올해 들어 배터리소재와 관련해 간접적 지분투자뿐 아니라 직접 시설투자까지 진행하며 적극적으로 새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배터리소재시장의 후발주자다.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신 회장이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역량을 빠르게 확보하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배터리업계는 바라본다.

롯데그룹 화학BU의 ‘맏형’ 격인 롯데케미칼부터 인수합병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회사의 신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에서 인수합병과 관련한 검토를 지속하고 있다”며 “적당한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면 언제든 인수전에 참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롯데정밀화학이 배터리 핵심소재 동박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의 인수에 참여하는 것을 놓고 신 회장이 최종적으로 두산솔루스 경영권 확보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앞서 23일 롯데정밀화학은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스카이레이크)가 두산솔루스 지분 52.93%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하는 경영참여펀드에 29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두산솔루스 경영권 확보와 관련한 계획이 없다”며 “인수 참여는 신 회장이 세운 스페셜티(고부가제품) 중심의 사업전략과 배터리소재사업의 방향성이 일치하는 만큼 투자수익을 기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모펀드의 궁극적 목적은 기업 경영이 아닌 투자차익의 확보이며 스카이레이크가 두산솔루스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하는 블라인드펀드도 존속기한이 7년이다. 롯데정밀화학은 7년 안에 두산솔루스를 인수할 토대를 확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2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172억 원, 단기금융상품을 470억 원 보유하고 있으며 유동화 가능한 매출채권 보유량은 1931억 원 수준이다.

2900억 원의 투자펀드 참여는 유동성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규모 투자이며 이는 신 회장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신 회장의 결단에 따라 롯데정밀화학이 정말 두산솔루스를 품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투자업계의 중론이다.

롯데정밀화학은 2분기 말 단기차입금이 현금 보유량을 밑도는 20억 원으로 실질적 무차입경영 상태다. 자산을 1조7828억 원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부채비율은 14.4%에 불과하다. 그룹 차원의 의지만 있다면 외부 차입을 통해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신 회장은 이미 화학BU 계열사들을 통해 배터리소재와 관련한 직간접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알미늄은 2021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단지에 1100억 원을 들여 배터리 양극박 생산설비를 짓고 있다. 이곳은 두산솔루스의 동박공장이 위치한 지역이다.

롯데정밀화학이 두산솔루스를 품는다면 롯데알미늄과 영업 네트워크를 공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배터리소재의 패키지 영업도 가능해진다.

롯데케미칼은 앞서 지난 3~4월 일본 쇼와덴코의 지분 4.69%를 인수하기 위해 1700억 원을 투자했다. 이 투자는 신 회장의 배터리소재사업 확보를 향한 열망이 묻어난 투자로 꼽힌다.

신 회장은 배터리소재사업을 진행하는 일본 히타치케미칼이 지난해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롯데케미칼을 통해 8조 원을 베팅하고 인수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진행하는 등 공을 들였다.

일본 쇼와덴코가 10조 원을 들여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의 최종 승자가 되자 쇼와덴코 지분 인수라는 간접투자를 통해 배터리소재사업으로 확장하려는 의지가 여전함을 드러냈다.

롯데그룹 화학BU는 순수화학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보유한 탓에 201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화학 불황 속에서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는데 애를 먹고 있으며 실적도 부진하다.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2017년 2조9297억 원에서 2018년 1조9462억 원, 2019년 1조1073억 원으로 악화일로에 있다. 올해는 상반기에 영업손실 531억 원을 봤다.

그런데 배터리는 여러 배터리 가운데 전기차배터리만 따져도 시장 전망이 매우 밝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시장은 연평균 25%씩 성장해 2025년에는 1600억 달러 규모로 커진다. IHS마킷은 2025년 메모리반도체시장 규모가 14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배터리가 이보다 큰 시장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소재 수요도 따라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이 이런 성장시장에서 롯데그룹 화학계열사들의 입지를 빠르게 다지려 한다면 단순한 시설투자나 지분투자를 넘어 인수합병까지 포함하는 공격적 투자가 최선의 길이다.

SK그룹의 화학 계열사 SKC가 배터리 핵심소재 동박을 생산하는 KCFT(현 SK넥실리스)를 인수한 뒤 배터리소재업계의 후발주자에서 선도회사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배터리소재사업 진출은 계열사 단위가 아닌 화학BU 전체의 움직임으로 오너 차원의 전략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을 것”이라며 “화학BU 계열사들의 우량한 재무구조를 고려하면 두산솔루스뿐 아니라 해외 배터리소재회사까지 잠재적 매물로 여기고 인수합병을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