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숙 다이노나·에스맥·금호에이치티 대표이사가 화일약품 각자대표이사에 오르자 화일약품의 주인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경숙 대표가 지배하는 회사를 통해 화일약품의 지분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화일약품 각자대표 된 조경숙, 지분 계속 늘려 인수한다는 시선도 받아

▲ 조경숙 신임 화일약품 각자대표이사(왼쪽)와 조중명 화일약품 각자대표이사 회장.


2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18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 조경숙 화일약품 각자대표이사가 화일약품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는 것을 놓고 화일약품 인수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화일약품은 원료의약품을 제조하고 판매하고 건강기능식품 원료 등을 공급하는 제약사다.

이번에 화일약품의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김상엽 에스맥 전무, 김영호 금호에이치티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조경숙 대표측 사람으로 분류된다.

조경숙 대표의 회사 다이노나는 17일 박필준 전 화일약품 공동대표이사의 화일약품 지분 9.25% 전량을 매수했다. 다이노나는 앞서 7월 말 화일약품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대금을 완납하는 29일에는 지분율이 19.61%로 높아져 2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화일약품의 최대주주인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지분율은 이때 31.1%가 된다.

조경숙 대표는 개인지분 100%의 경영컨설팅업체 이스티버건디를 통해 필름제조업체 오성첨단소재를 지배하고 있으며 오성첨단소재를 통해 무선통신기기 제조업체 에스맥과 자동차용 조명 제조업체 금호에이치티를, 에스맥과 금호에이치티를 통해 다이노나를 각각 지배하고 있다.

조경숙 대표는 이스티버건디-오성첨단소재-에스맥·금호에이치티-다이노나로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다이노나의 화일약품 지분 확보는 조경숙 대표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의 공동대표이사를 새로운 각자대표이사로 변경하는 만큼 화일약품의 또 다른 대표인 조중명 화일약품 각자대표이사 회장과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화일약품 관계자는 “공시에 나온 대로 조경숙 대표 선임을 통해 효율적 경영을 위한 각자대표이사체제를 구축했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조경숙 대표의 선임을 놓고 화일약품의 1대주주인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최대주주이자 대표는 조중명 화일약품 각자대표이사 회장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2013년에 화일약품 지분을 사들인 뒤 몇 차례 화일약품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는데 이번에 조경숙 대표에게 매각한다는 것이다.

화일약품의 정관에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을 막기 위한 규정이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조경숙 대표를 선임한 뒤 내부거래를 통해 지분을 넘기지 않겠냐는 것이다.

화일약품이 2018년에 신설한 정관에 따르면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으로 대표이사나 이사가 임기만료 이전에 해임되거나 강제퇴직할 경우 대표이사는 200억 원, 일반이사는 100억 원의 퇴직보상금을 퇴직 후 7일 이내에 수령할 수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화일약품 지분 매각과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물론 조경숙 대표가 각자대표로 선임된 만큼 그가 강점을 보이는 회사 경영에 집중하고 조중명 대표는 의약품 개발분야에 좀더 집중하는 등 역할을 나눌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조경숙 대표는 당장 기존 박필준 전 대표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원료의약품 시장에서는 대표이사의 네트워크가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일약품은 박필준 전 대표의 인적 네트워크에 기반해 원료의약품 사업역량을 키워온 곳으로 평가받는다. 

화일약품은 2019년 개별기준으로 매출 1087억 원, 영업이익 41억 원을 냈다. 2020년 상반기에만 매출 710억 원, 영업이익 43억 원을 올려 사상 최대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