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매물이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화손해보험의 매각 가능성에도 시선이 몰린다. 

모기업인 한화생명의 자본확충 부담이 늘고 있어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한화손해보험을 매각해 보험사업을 재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의 한화손해보험 매각설은 왜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나

▲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강성수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악사손해보험에 이어 한화손해보험도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트라이프생명과 ABL생명, 동양생명, AIA생명, 라이나생명 등을 두고 한 차례 매각설이 도는 등 많은 생명보험사들이 잠재적 매물로 여겨지는 가운데 손해보험사 가운데 악사손해보험에 이어 한화손해보험도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손해보험이 최근 캐롯손해보험의 지분을 매각한 것을 놓고 한화그룹 차원에서 한화손해보험 매각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악사손해보험을 인수할 것으로 꼽히던 신한금융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한화손해보험을 사들이기 위해서라는 시선도 자리잡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악사손해보험과 비교해 지급여력(RBC)비율 등 재무구조가 우수하고 순이익 규모도 상반기 기준 702억 원으로 악사손해보험의 6억 원과 비교해 차이가 크다.

한화손해보험의 모기업인 한화생명은 이런 매각설에 선을 긋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한화손해보험 매각을 검토한 바 없다”며 “한화손해보험을 매각하기 위해 캐롯손해보험 지분을 한화자산운용에 넘겼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화손해보험 매각설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앞서 예비입찰을 진행한 악사손해보험도 예비입찰이 실제로 진행되기 전까지 매각설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던 만큼 한화손해보험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한화손해보험의 매각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은 한화손해보험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화손해보험은 2019년 순손실 690억 원을 냈다. 2018년보다 약 1500억 원이 감소하면서 적자전환했다.

실적 악화 때문에 2019년 12월 금융감독원의 경영관리대상에 포함됐다. 올해 1월 경영개선계획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상반기에 순이익 702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하고 지난해 말 180%대에 머무르던 지급여력비율을 상반기에 260%까지 올랐지만 하반기 경영환경은 녹록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채권을 매각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 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통상 4분기에 보험영업손실이 크게 증가하는 점도 부담이다.

미보고 발생 손해액이 반영되고 재보험료 정산 등의 잡비가 4분기 회계에 반영된다. 미보고 발생 손해액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했지만 아직 보험사에 청구되지 않은 사고와 관련해 앞으로 지급될 보험금 추정액을 말한다.

한화생명의 지원도 쉽지 않다.

한화생명은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과거 고금리상품 판매에 따른 금리 역마진 현상이 심화되면서 자본확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화생명의 이차역마진은 3월말 –1.16%포인트에서 6월 기준 –1.23%포인트로 확대됐다. 이차역마진은 보험사 운용자산이익률이 고객에게 지급할 이자율을 밑도는 것을 말한다. 벌어들이는 돈보다 보험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 많다는 의미다.

디지털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을 남겨두고 한화손해보험 매각해 보험사업을 재편할 수 있다는 시선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앞서 한화손해보험은 14일 보유하고 있던 캐롯손해보험 지분 1032만 주 전부를 한화자산운용에 매각했다. 

한화손해보험과 한화자산운용은 모두 한화생명의 자회사다. 이 때문에 한화그룹 및 한화생명으로서는 지배구조에 큰 차이가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