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남, DB손해보험의 디지털과 글로벌로 돌파구 찾나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슈어테크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며 손해보험업계 불황을 뚫기 위해 힘쓰고 있다.

보험업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반의 화두가 디지털인 가운데 김정남 부회장도 디지털에 승부수를 거는 것이다.

김정남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ICT 기술을 바탕으로 한 4차산업혁명의 큰 물결은 우리가 사는 모습을 급격하게 바꿔놓고 있다. 인슈어테크를 통해 회사의 미래가치를 증대시키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DB손해보험은 최근 ‘DB V시스템’, ‘질병심사 자동화시스템’ 등 인슈어테크를 활용한 서비스를 보험업무 전반에 도입했다.

DB V시스템은 자동차 단순사고가 났을 때 사고현장 출동을 요청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사고처리 전문가인 보상직원이 화상통화로 상담과 안내를 제공한다. 사고처리 시간을 줄이고 교토혼잡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질병심사 자동화 시스템은 고객이 알린 치료이력을 놓고 가입할 담보의 가입 여부를 실시간으로 결정해 준다.

보험가입 상담부터 계약체결까지 가능한 인공지능(AI) 보험설계사인 ‘AI 인슈어런스 로보텔러’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인슈어테크 서비스 강화의 일환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 디지털을 보험에 접목시키고 인슈어테크부문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인슈어테크 강화 기조는 DB손해보험이 인슈어테크 분야에서 업계 ‘최초’ 수식어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16년 업계 최초로 운전자습관 연계보험을 출시했고 같은 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보험상담서비스 ‘프로미 챗봇서비스’를 내놨다. 2019년 7월 카카오페이와 제휴해 비밀번호만으로 보험료를 보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금융권에서는 디지털과 함께 글로벌이 중요한 키워드로 꼽힌다.

김정남 부회장도 해외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9년 6월27일 괌 하얏트호텔에서 탄홀딩스와 CIC(Century Insurance Company) 3개 회사의 지분 인수계약을 맺었다. DB손해보험은 이 회사들의 지분 80%를 탄홀딩스로부터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했다. 

DB손해보험의 해외진출 역사는 오래됐다. DB손해보험은 1984년 미국 괌 지점을 시작으로 해외진출을 시작했는데 김정남 부회장이 취임한  뒤에도 해외진출은 계속 이어졌다.

김정남 부회장은 대표이사에 오른 2010년 7월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DB손해보험은 미국 괌·하와이·캘리포니아·뉴욕에 지점을 뒀다.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베트남 호찌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미얀마 양곤 등에는 사무소를 마련했다. 

지점 및 사무소 개설 이외에도 지분투자를 통해 현지에 직접 진출하기도 했다. 

2014년 중국 안청손해보험사에 지분을 투자해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2015년 베트남 PTI 손해보험사를 인수하고 현지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베트남을 기반으로 동남아시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 현대해상과 손해보험업계 2위 싸움 치열, 확고한 2위 차지할 수 있을까

DB손해보험은 국내 시장에서 손해보험업계 2위 자리를 놓고 현대해상과 각종 지표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규모나 수익 등에서 크게 앞서 있는 상황에서 2위 다툼이 치열하다.

상반기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의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총자산은 현대해상이 DB손해보험보다 더 많다.

보험사의 덩치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인 원수보험료부문에서도 현대해상이 2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반면 순이익은 DB손해보험이 현대해상보다 높다.

DB손해보험이 안정적 수익성을 바탕으로 현대해상과 매출 격차를 좁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사의 대표상품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보험에서도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은 점유율 차이가 크지 않다.

DB손해보험은 현대해상과의 점유율 차이를 좁혀오고 있는데 현재 추세라면 내년 상반기에 DB손해보험이 현대해상을 앞설 가능성이 있다.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의 2위 다툼과 관련해 한 가지 일화도 있다. 

김정남 부회장은 2012년 1월 “1995년 이후 자동차보험에서 현대해상을 앞서 본 적이 없다”고 말하며 현대해상을 추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이를 두고 서태창 당시 현대해상 사장은 “급하게 성장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라고 대응했다.
 
◆ DB손해보험 주가, 보험업계 불황 영향 벗어나지 못해

김정남 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보험업 불황에 따른 주가 하락은 피하지 못했다.

DB손해보험 주가는 2020년 9월 4만5천 원 안팎에서 오르내리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주가 하락을 코로나19 탓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2017년 8월4일 8만4500원 최고가를 보인 이후 보험업황이 악화가 부각되면서 2019년 이후 주가가 전체적으로 내려앉았다.

이러한 모습은 DB손해보험뿐만 아니라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업계를 통틀어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DB손해보험 주가는 수익성에 비해 저평가된 것으로도 여겨진다.

2020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7천억~8천억 원 수준으로 전망되는 데 비슷한 실적을 냈던 2017년~2018년 주가 6만~8만 원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 보험업계 최장수 CEO, DB손해보험의 산증인

김정남 부회장은 보험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다. 2010년 대표이사에 오른 뒤 계속 연임해 4번째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데 김정남 부회장의 연임을 놓고 보험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준기 전 회장이 물러나고 장남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뒤를 이어 취임하면서 금융계열사 CEO들의 세대교체 가능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남 부회장은 2010년 처음 DB손해보험 대표에 올라 10년 동안 DB손해보험의 성장을 이끌어 온 산증인이다.

김정남 부회장은 1952년 태어나 1979년 DB그룹에 입사했다. 주요 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과 보상, 신사업 등 보험업 모든 분야를 경험해 보험업계 잔뼈가 굵다.

◆ 평사원에서 사장까지, DB그룹에서 40여 년

김정남 부회장은 DB그룹에서 40여 년 동안 일했다. DB손해보험에서 평사원 출신 사장은 김정남 부회장이 최초이기도 하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사장 자리까지 오른 만큼 내부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여겨진다.

김정남 부회장은 DB그룹 안에서 김하중 DB저축은행 대표이사 다음으로 오랜 시간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김정남 부회장은 동부그룹에 입사한 뒤 ‘어떤 일이든 남들보다 잘해 1등을 한 번 해보자’라고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스타일은 직원들에게 신뢰를 주고 일을 해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편이다.

김정남 부회장은 DB손해보험의 상무 시절부터 직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대소사를 챙겼다.

DB손해보험 사장이 된 뒤에도 지방 영업현장을 방문할 때 지점장과 설계사 인적사항을 모두 외우고 가는 등 1천여 명 직원들의 인적사항을 파악하는 데 공을 들였다.

김정남 부회장은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과 같은 강원도 동해 출신으로 북평중학교 후배다. 오너인 김 전 회장 일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