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와 군산시가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 재가동을 위해 특수선 카드를 꺼냈다.

지역의 정치권뿐 아니라 조선업계, 학계에다 방산업체까지 뜻을 모았으나 정작 현대중공업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섣부른 의사결정이 지역사회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특수선 앞세워 군산조선소 재가동 '구애'에 신중한 태도

▲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22일 조선업계에서는 전라북도의 특수목적선박(특수선) 선진화단지 구축사업에 현대중공업이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업은 2022년부터 5년 동안 5천억 원을 들여 군산항에 관공선이나 군함 등 특수선을 건조 및 수리하는 단지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전라북도와 군산시는 일감이 없더라도 정비와 연구를 통해 단지 가동을 유지할 수 있는 특수선 생태계를 군산항에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앞서 21일 전북도와 군산시 등 지역 정치권과 지역 조선업계 대표인 군산조선해양기술사업협동조합, 호원대학교와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등 학계뿐 아니라 특수선의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LIG넥스원까지 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업 추진 장소인 군산항 6부두와 7부두는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 부지 바로 옆이다. 현대중공업이 참여한다면 군산 조선소의 재가동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도 현대중공업의 참여를 고려하면서 특수선 선진화단지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군산 지역구의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업은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의 재가동을 염두에 두고  추진하는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의 참여가 필요한 만큼 사업 타당성을 조사하는 연구용역도 현대중공업과 협의해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도 군산 조선소 재가동의 의지는 있다.

2017년 가동을 멈춘 뒤로도 야드 정비를 위한 인력은 남겨두고 언제든 재가동할 수 있도록 군산 조선소를 관리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일감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군산 조선소를 가동할 당시는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제외한 현대중공업이 단독으로 선박을 150척 가까이 수주하던 시기”라며 “지금은 100척을 수주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2008년 군산 조선소의 문을 연 뒤 2016년 수주절벽을 맞닥뜨리기 전까지 3.5~4년치 일감을 수주잔고에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조선사의 안정적 운영을 담보하는 기준인 2년치 일감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일감 부족에 군산 조선소뿐 아니라 ‘본진’인 울산 조선소에서도 10개 도크 가운데 2개 도크의 운영을 중단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특수선 선진화단지 구축사업이 현대중공업의 군산 조선소 재가동 의지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본다.

특수선은 상선과 달리 발주가 업황 사이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공공발주뿐 아니라 노후관공선이나 군함의 교체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에 일감이 마를 일은 거의 없다.

현대중공업으로서도 군산 조선소를 장기적으로 특수선 전담 조선소로 재편해 지역사회나 정치권과 발을 맞추며 지원을 받는 것이 나쁠 이유는 없다.

다만 현대중공업이 지역사회나 정치권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모양새로 군산 조선소 이슈가 전개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군산 조선소의 가동 중단으로 이미 한 차례 지역사회에 상처를 안겼다. 특수선 선진화단지 구축사업이 매력적이기는 해도 일찌감치 사업 참여를 결정하지 않은 것은 섣부른 재가동이 재차 가동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에게 군산 조선소는 과거 호황기의 영광과 현재 불황기의 어려움이 함께 녹아있는 아픈 손가락"이라며 “특수선 선진화단지가 군산 조선소 재가동의 열쇠가 될 수 있겠지만 현대중공업의 참여 결정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