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수주에 도전한다.

수주에 성공한다면 STX조선해양은 올해 수주목표를 달성하거나 목표에 크게 다가설 수 있다.
 
장윤근, STX조선해양 일감부족에 사우디아라비아 선박 수주 매달려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화학사 사빅(SABIC)이 발주할 MR급(순수 화물적재톤수 5만 DWT 안팎의 액체화물운반선)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최대 6척의 수주후보가 현대미포조선과 STX조선해양으로 좁혀지고 있다.

애초 이 일감은 현대미포조선과 STX조선해양뿐 아니라 양쯔장조선이나 장난조선소 등 중국의 중형선박 건조 조선사들도 수주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사빅이 화물탱크에 아연 코팅을 도입해 선박을 화학제품뿐 아니라 메탄올 등을 운송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수 사양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기술력에서 우위에 있는 국내의 두 조선사가 수주전에서도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STX조선해양보다 현대미포조선의 수주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힘이 실린다.

사빅의 모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현대중공업그룹과 현지 합자조선소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등 관계가 좋을뿐더러 현대미포조선이 앞서 8월 아람코가 보유한 해운사 바흐리의 석유화학제품운반선 10척을 수주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STX조선해양도 쉽게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발주처와 조선사 사이 네트워크에서 다소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수주가 목표달성을 위해 중요한 만큼 끝까지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장윤근 사장은 14일 STX조선해양의 사내소식지 ‘지킴이’를 통해 담화문을 내고 9월 들어 해외 선주사와 MR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의 건조의향서(LOI)를 2건 체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확정물량 2척의 건조의향서가 1건, 확정물량 1척과 옵션물량 1척의 건조의향서가 1건이다.

아직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선수금환급보증(RG)이 발급되지 않아 수주가 확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STX조선해양은 수주 확정을 낙관하고 있다.

선수금환급보증이란 발주처가 조선소에 일감을 맡기고 내는 계약금(선수금)에 은행이 보증을 서는 것이다. 이를 발급받지 못하면 건조의향서는 파기된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최근 산업은행은 선수금환급보증을 적극적으로 발급해 주며 수주영업을 측면에서 지원해주고 있다”며 “11월에는 수주를 확정해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STX조선해양의 수주목표는 선박 10척이다.

장 사장은 애초 20척의 목표를 세우고 2020년을 시작했으나 코로나19에 선박 발주시장이 얼어붙자 산업은행과 논의를 거쳐 목표치를 낮췄다.

STX조선해양은 8월 국내 선사 우림해운에서 석유화학제품운반선 3척을 수주했다. 건조의향서 2건을 모두 확정한다면 수주물량은 6척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장 사장이 사빅의 석유화학제품운반선까지 따낼 수 있다면 수주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다.

장 사장은 올해 내내 일감 부족에 시달렸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의 건조 선박은 7척에 그쳤다. 이마저도 2021년 1분기 안에 건조가 끝날 일감이었다.

수주잔고 감소에 맞춰 고정비를 절감하기 위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반발하며 총파업에 들어가 6월17일~7월16일 조선소 조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장 사장이 수주목표를 달성하는 성과를 내고 올해를 마무리한다면 STX조선해양이 적어도 내년은 버틸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주전에서 물러날 수 없는 이유다.

장 사장은 14일 담화문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불황이 당분간 지속되고 시장의 회복은 더딜 것”이라며 “현재 협의하고 있는 다른 프로젝트들을 성사시켜 사업 운영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