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새 먹거리로 점찍은 스마트물류사업 역량을 키우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와 정부의 디지털뉴딜정책으로 스마트물류시장 규모가 예상보다 빠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시장 선점의 기회를 잡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 스마트물류 더 매달려, 김정훈 디지털뉴딜에 올라탄다

▲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사장.


17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코로나19가 앞당긴 스마트물류시대’ 보고서를 보면 세계 스마트물류시장 규모가 올해 8039억 달러(약 944조 100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5년 전보다 11.5% 증가한 수치다. 

스마트물류시장은 아직 독자적 시장으로 구분짓기 어려워 보통 3자 물류(전문기업에 물류업무를 맡기는 것) 규모에서 추산한다.

장경석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2020년에 택배 물동량과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코로나19 초기 물류대란을 겪으면서 물류의 중요성까지 실감한 만큼 코로나19는 스마트물류 도입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바라봤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디지털뉴딜정책이 스마트물류시장 성장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뉴딜 정책에서 특히 도시, 산업단지, 물류의 디지털화가 디지털뉴딜의 첫 번째 과제로 꼽힌다. 

스마트물류는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4차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활용해 물류현장에 자동화와 무인화 설비를 구축해 운영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김정훈 사장은 2018년 현대글로비스 대표에 오르자마자 모빌리티서비스와 스마트물류와 같은 미래 성장동력을 발판으로 2025년까지 매출을 40조 원+알파로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현대글로비스는 2019년에 매출 18조2700억 원을 거뒀는데 신사업을 발굴해 5년 안에 외형을 2배 넘게 키우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7월 내놓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도 “IT 플랫폼 기반의 신성장동력을 개발하고 스마트물류 기술과 인프라를 확보해 미래사업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완성차 운송사업 등 태생이 물류기업으로 IT기술에 약점을 지닌 만큼 김 사장은 우선 외부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을 택했다. 

스마트물류시장에 기존 온라인 유통사업을 벌이던 대기업뿐 아니라 하드웨어 중심으로 역량을 닦은 물류기업과 IT기술을 강점으로 지닌 정보시스템 기업, 통신기업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어 든든한 협력자를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들어서만 스마트물류와 관련해 모두 3곳과 협력계약을 맺었다.

7월9일 신생 스타트업 ‘파크AI’과 ‘도심 유휴공간 활용 근거리 배송 플랫폼’사업을 지원하는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8월13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스마트주차 테스트베드(시험공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8월26일에는 로봇개발업체인 ‘트위니’와 ‘자율주행 이동로봇 생활물류서비스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대글로비스가 자체적으로 서비스 플랫폼이나 주차공간, 자율주행 로봇 개발역량 등을 갖추지 못한 만큼 이들과 협력으로 부족한 점을 메우면서 이 분야 역량을 키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동시에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와 첨단 물류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종합물류연구소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IT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힘쓰고 있다.  

종합물류연구소는 처음 사내에 있던 물류 전문가 30명을 투입해 출발했는데 올해 안으로 인력을 80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현재 디지털전략과 빅데이터 기획, IT 플랫폼 기반사업 개발 등을 맡을 경력직 직원을 모집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현재 연구소 조직 인원을 계속 늘리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몇 명까지 모집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종합물류연구소는 스마트물류 등 신사업에 관련된 트렌드를 분석하고 기술을 개발해 실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는 일을 맡게 된다.

김 사장은 임기 동안 스마트물류를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데 더욱 매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물류를 현대글로비스의 새 먹거리로 키워낸다면 현대차그룹 안에서 김 사장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김 사장은 2018년 3월16일 열린 현대글로비스 이사회에서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에 올라 2021년 3월 임기가 끝난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