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과 금융지주사 1위 자리를 두고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윤 회장이 KB금융지주 회장 재연임으로 안정적 리더십을 확보한 만큼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다각화와 해외진출 확대에 속도를 내는 등 공격적 행보를 더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Who] 조용병 신한금융 1위 수성 집중, 윤종규 KB금융 공세 예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조 회장도 신한금융지주에서 비슷한 전략으로 좋은 경영성과를 내고 있었지만 윤 회장체제에서 KB금융지주 추격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대응전략을 다시 점검할 수도 있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윤 회장이 3기체제 목표로 KB금융의 리딩금융 탈환을 내걸면서 신한금융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KB금융의 '리딩금융그룹' 등극과 디지털 경쟁력 강화, 해외사업 성장동력 확보 등을 다음 임기 경영목표로 들었다.

16일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윤 회장을 다음 회장 최종후보로 확정하면서 사실상 재연임이 결정된 만큼 다음 임기에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과제들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KB금융의 리딩금융 탈환 목표는 지난해까지 금융지주사 순이익 1위를 지킨 신한금융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셈이다.  

올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조 회장이 신한금융의 1위 수성을 더욱 중요한 과제로 안게 됐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신한금융투자 등 계열사에서 발생한 사모펀드 손실사태 등 영향으로 실적에 큰 타격을 받아 KB금융지주에 우위를 지켜내기가 불안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의 신한금융지주 올해 지배주주 순이익 전망치는 3조4035억 원으로 KB금융지주 3조3118억 원을 근소한 차이로 앞선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는 KB금융지주가 올해 신한금융지주 순이익을 앞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손실을 실적에 추가로 반영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취임 첫 해인 2017년에 신한금융지주 연간 순이익 1위 자리를 9년 만에 KB금융지주에 내주며 윤 회장을 상대로 쓴잔을 들었다.

두 금융지주사의 순이익 격차 축소와 윤 회장 재연임을 계기로 두 회장 사이 자존심 싸움에 다시 불이 붙게 될 수도 있다.

윤 회장이 안정적 리더십을 확보한 만큼 최근 KB금융에서 보인 공격적 경영기조를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의 리딩금융 자리를 수성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신한은행 등 계열사가 코로나19 사태에 받는 타격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이 이자이익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자산관리부문을 강화하거나 신한카드 등 계열사가 데이터 판매 등 신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이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는 과제로 꼽힌다.

조 회장은 생명보험사 등 비은행계열사 육성과 해외사업 확대, 주가 부양 등을 놓고도 KB금융지주와 경쟁을 의식해 더욱 힘을 실을 공산이 크다.

KB금융지주는 최근 푸르덴셜생명 인수절차를 마무리한 뒤 기존 보험계열사인 KB생명과 시너지를 내 보험업계에서 상위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앞세우고 있다.

조 회장은 올해 초 신한금융지주 100% 자회사로 편입한 오렌지라이프를 내년에 신한생명과 합병해 본격적 성장전략을 추진하며 KB금융의 추격을 방어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은 그동안 해외사업에서 거두는 수익비중이 미미한 수준에 그쳤지만 최근 계열사를 통해 캄보디아 금융회사와 인도네시아 은행을 잇따라 인수하며 해외사업 외형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조 회장이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주춤하고 있는 신한금융 해외사업에서 반등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 경쟁에 중요하다.

한동안 금융지주사 부동의 1위로 꼽히던 신한금융지주 시가총액이 현재 약 13조6천억 원으로 KB금융지주에 2조 원 이상 뒤처지고 있는 점도 조 회장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으로 꼽힌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지주 주가부양을 위해 주주환원정책 강화 등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윤 회장이 이번에 재연임을 결정지으며 금융지주사 회장 장수시대를 연 점은 조 회장에 긍정적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조 회장도 이번 임기를 마칠 때 다시 연임에 도전할 수 있는 명분이 쌓이는 셈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대표이사 회장 연임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조 회장은 만64세로 재연임을 해도 대표이사 재임 나이 제한인 만70세 기준에 걸리지 않는다.

다만 조 회장 채용비리 재판이 2심에서 진행되고 있는 점은 변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