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증권업계에 불고 있는 초고액자산가 고객 확보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서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아직 온전히 수습되지 않아 자산관리(WM)부문의 부담이 여전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 고액자산가 유치전 한 발 물러서, 옵티머스펀드로 움츠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상위업체들이 VIP고객 전용 자산관리 특화서비스를 손질하고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초고액자산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저금리와 부동산시장 규제 등 영향으로 갈 곳을 잃은 고액자산가들의 유동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것이다. 

특히 기존에 제공하던 고액자산가 고객 전용서비스에 ‘패밀리오피스’ 개념을 도입해 단순 자산관리서비스에만 머무르지 않고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세무컨설팅, 가업상속 및 경영자 수업 등 서비스를 제공해 기업체를 운영하는 고액자산가 고객을 통해 투자금융(IB) 영업의 기회까지 노리기도 한다.

반면 NH투자증권은 기존의 고액자산가 전용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이거나 패밀리오피스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패밀리오피스서비스 도입 등 고액자산가 특화서비스와 관련해 아직은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경쟁사들이 VIP고객 특화서비스를 손질하고 패밀리오피스를 앞다퉈 도입하며 초고액자산가 고객 확대에 힘을 쏟는 모습과 대비된다.

NH투자증권이 본격적으로 초고액자산가 고객유치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데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따른 신뢰도 하락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평소 고객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고객 중심 경영’을 내세웠는데 대규모 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신뢰도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8월27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투자자에게 투자금의 70%까지 긴급 유동성 자금 선지원하기로 했지만 고객들의 불만은 여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사기와 환매중단 사태로 시끄러운 와중에 논란의 중심에 있는 회사가 고액자산가 유치에 열을 올리기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자금을 금융투자상품으로 끌어오기 위한 VIP영업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만큼 NH투자증권이 발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고액자산가 고객유치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

NH투자증권은 ‘프리미어 블루멤버스’라는 고액자산가 전용 멤버십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프리미어블루 서비스는 업계에서도 인정 받는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특히 해외채권과 주식 등 해외자산 투자와 관련해 규모나 전문성 측면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의 프리미어 블루멤버스 고객은 △세무 상담 및 부동산 매매 자문, 신고대행서비스 등 자산관리 컨설팅 서비스 △생일, 결혼 기념일 서비스 (떡 케익, 와인/샴페인세트) △호텔 뷔페, 숙박권 등 프리미엄 기프트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이 외에도 NH투자증권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증권이나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이 기존의 고액자산가 전용 서비스를 재정비하는 데 더해 패밀리오피스를 도입하며 VIP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지만 NH투자증권은 이와 관련한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고 있다.

패밀리오피스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기업체에 버금가는 자산을 보유한 가문이 전용 자산관리회사(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던 것에서 시작됐다.  

골드만삭스, UBS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단독으로 싱글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고액자산가 고객을 위해 전담 관리조직을 만들고 공동투자기회 등을 제공하며 멀티 패밀리오피스를 제공하고 있다.

패밀리오피스는 가업상속 및 상속자 경영수업 지도, 사회공헌활동 등으로 영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단순 자산관리서비스와 차이를 보인다. '큰 손' 고액 자산가를 한 번 유치하면 자녀들까지 장기적 고객으로 유치할 기회를 얻게 되는 만큼 증권사로서는 패밀리오피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