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준중형SUV 새 투싼의 가격을 예상보다 더 올려 책정했다. 

현대차가 경쟁관계에 놓인 소형SUV를 따돌리기 위해 새 투싼의 가격 인상을 최소화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봤는데 새 투싼의 덩치를 키운 데다 첨단사양도 대거 적용한 만큼 제품 경쟁력만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새 투싼 가격 공격적 인상, 덩치 키우고 첨단사양 무장한 자신감

▲ 현대차의 새 투싼. <현대차>


현대차는 16일 새 투싼 사전계약에 들어갔다. 

새 투싼은 2015년 출시된 3세대 모델을 완전변경(풀체인지)한 4세대 모델로 디젤과 가솔린,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모두 4가지 엔진 라인업으로 출시된다.

현대차는 우선 2.0리터 디젤엔진 모델과 1.6리터 가솔린 터보엔진 모델만 놓고 사전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모델이 빠졌는데도 이날 사전계약을 시작하자마자 5천 대 넘게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새 투싼이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소형SUV 수요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느냐에 흥행이 좌우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소형SUV들이 일제히 몸집을 불리면서 투싼을 비롯한 준중형SUV들이 소형SUV와 사실상 경쟁관계에 놓이게 됐기 때문에 가격을 크게 높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업계는 현대차가 100만~200만 원 사이에서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쪽이 판매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보탬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새 투싼의 가격을 예상보다 높게 책정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사전계약 대상인 새 투싼 2.0리터 디젤엔진 모델의 시작가격만 놓고 보면 가격은 기존모델과 비교해 196만 원 올랐다. 

하지만 현대차가 새 투싼에 처음 적용했다고 강조하는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 등 옵션을 적용한다고 하면 이전 모델보다 200만~300만 원 더 비싸진 것으로 파악된다.

엔진 성능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2.0리터 디젤엔진 모델 최고 트림에 풀옵션을 적용한 가격만 놓고 보면 기존 모델과 가격 차이는 400만 원 넘게 벌어진다.

현대차가 이번에 새 투싼의 몸집을 더욱 키우고 첨단 편의사양으로 무장하며 소형SUV와 차별화한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우지 않더라도 충분히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새 투싼은 완전변경을 거치면서 중형SUV 못지 않은 덩치로 거듭났다. 투싼보다 체급이 높은 현대차의 싼타페나 르노삼성자동차의 중형SUV QM6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새 투싼의 전장과 휠베이스(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 거리)는 각각 4639mm, 2755mm로 기존 모델보다 150mm, 85mm 길어졌다. 싼타페의 전장과 휠베이스는 4794mm, 2765mm로 새 투싼보다 불과 155mm, 10mm 길다. QM6는 새 투싼보다 전장은 36mm 길지만 휠베이스는 오히려 50mm 짧다. 

감성 공조시스템과 음성인식 복합제어 기능 등은 현대차 모델로는 처음으로 적용됐다. 

감성 공조시스템은 차량 내부의 공기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미세먼지 수준을 알려주고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알아서 공기 청정모드를 적용한다. 일정한 수준으로 실내 온도를 유지해주는 멀티에어모드와 시동을 끈 뒤에도 자동차 내부 냄새를 제거해주는 애프터블로우시스템도 여기에 포함된다. 

음성인식 복합제어 기능은 하나의 명령어만으로 공조, 시트, 스티어링 휠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에 따라 새 투싼이 국내 SUV시장에서 준중형SUV 침체를 뚫고 독자적 영역을 다시 구축할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자동차업계에서 나온다. 

준중형SUV는 그동안 몸집 등 측면에서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소형SUV와 중형SUV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몰렸다. 

투싼은 실제로 소형SUV 강자로 자리매김한 기아자동차의 셀토스가 출시된 뒤 한때 판매가 주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셀토스는 2019년 7월 출시된 뒤 그 해 모두 3만2001대가 판매됐는데 같은 기간 투싼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