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해묵은 난제인 하도급 기술탈취 문제와 관련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정면돌파를 준비한다.

다만 이 문제와 관련해 현대중공업그룹 CEO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부담이다.
 
현대중공업 기술유용 논란 정면돌파로 가닥, 국감에서 다뤄질까 부담

▲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도크.


16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삼영기계 엔진기술 탈취와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와 관련한 의결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7월 기술탈취 문제와 관련해 현대중공업에 9억7천만 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다만 처분의 이유가 상세히 담긴 의결서는 아직 현대중공업에 전해지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공정위의 판단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가 언론보도를 통해 문제 삼은 사전 품질관리 계획서 등의 자료는 기술탈취와 무관한 품질관리 목적의 자료이며 기본계약서 및 검사협정서에 따라 제공을 사전에 합의한 자료들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언론보도로 알려진 내용만을 토대로 논의하고 있을 뿐이라 공정위의 의결서를 받아봐야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며 “의결서에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 담겨있다면 행정소송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기술은 현대중공업의 ‘힘센(HIMSEN)엔진’에 쓰이는 실린더헤드와 실린더라이너, 피스톤 등 핵심부품의 설계 기술이다.

삼영기계는 이 부품들의 설계를 삼영기계가 담당했으며 현대중공업이 설계 도면을 탈취한 뒤 다른 하도급회사에 제작을 맡겼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힘센엔진이 10년 동안 1천억 원 이상을 들여서 개발한 현대중공업의 기술이며 이 부품들의 설계를 현대중공업 연구소가 개발했다고 맞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피스톤 개발 초기에 삼영기계가 현대중공업 연구소의 지도 아래 임시 도면을 작성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단순 보조역할일 뿐이며 실린더헤드와 실린더라이너의 개발에는 참여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한다.

힘센엔진은 육상 발전용 엔진으로도 선박용 중속 디젤엔진으로도 쓰인다. 현대중공업은 힘센엔진을 앞세워 글로벌 선박엔진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으로서는 관련 기술의 소유권을 확실히 해야 주력사업인 조선업의 사업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삼영기계와의 다툼에서 쉽게 물러나려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현대중공업과 삼영기계가 기술탈취와 관련해 서로를 상대로 펼치는 법적 공세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우위에 서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1월 대전지방검찰청 특허범죄조사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기술탈취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현대중공업을 불기소처분했다.

오히려 부산지방법원에서는 삼영기계의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삼영기계는 이 재판에서 현대중공업 힘센엔진의 부품을 베낀 ‘짝퉁’을 판매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삼영기계와 합의를 통해 기술탈취 문제를 원만하게 매듭지으려 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 CEO가 10월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증인으로 불려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벤처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대기업 갑질 피해사례 발표 및 근절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올해 국정감사에는 현대중공업, 롯데건설, 삼성중공업, LG전자 등 대기업 총수들을 증인으로 소환할 것”이라며 “중소기업과 관련해 이뤄지는 부당한 갑질의 실태를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2018년 장기돈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 대표를, 2019년에는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을 국정감사에 각각 불러 삼영기계 기술탈취 문제를 추궁했다.

송 의원이 이번에는 증인의 격을 더 놓여 해결 의지를 따져 물으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

송 의원실 측에서는 아직 국정감사 증인 신청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권 회장을 소환하는 것과 관련해 확답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삼영기계와 진행하는 재판이 있어 다시 합의를 추진할 가능성과 관련해 언급하기 어렵다”며 “재판이 모두 끝난 뒤 다음 행보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기술탈취 문제가 아니라도 올해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관련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올해 들어 산업재해로 노동자 5명이 숨졌다.

군산 지역구의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산자중기위 위원으로 소속돼 있다는 점도 현대중공업에게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신 의원은 4월 국회의원 당선과 함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재가동 문제를 제일 현안으로 꼽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