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졌다.

중국이 미국의 대표기업인 애플을 향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애플의 전략시장인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감소하면 아이폰에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실적도 둔화하는 타격을 받게 된다.
 
삼성과 LG디스플레이는 화웨이 제재보다 중국의 애플 보복이 위협적

▲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16일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중국이 미국 기업에 보복성의 제재를 가한다면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의 매출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15일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제한했다. 미국은 중국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앱 위챗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도 내렸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중국이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대두된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기업은 애플이다. 애플은 상반기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11.8%의 점유율로 4위를 차지했다. 외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두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19에도 판매 호조를 보였다.

아직 중국에서 애플 제품 판매를 금지하거나 불매하려는 구체적 움직임이 일어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 제재가 본격화한 이상 언제든 보복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중국 내 기류가 심상찮은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글로벌타임스가 8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97.4%의 응답자가 “미국의 제재에 상응하는 보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위챗을 금지하면 우리도 애플 스마트폰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의 불똥이 애플로 튀는 것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게 큰 위협이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바일사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고객이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삼성디스플레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대로 삼성전자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LG디스플레이의 애플 매출비중도 30%수준으로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최근 디스플레이 업황 부진의 돌파구를 모바일 올레드(OLED)에서 찾고 있다. 특히 애플이 10월 출시하는 아이폰12 시리즈의 흥행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2 시리즈 4개 모델 중 3개, LG디스플레이는 1개 모델에 올레드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아이폰12 판매가 하반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최근 중국시장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2019년 아이폰11 출시가격을 인하하면서 중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2020년 상반기에는 보급형 아이폰SE, 하반기 보급형 애플워치SE를 내놓는 등 중국시장을 공략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아이폰12 역시 아이폰11보다 낮은 가격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코로나19로 스마트폰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중국 판매까지 차질을 빚으면 아이폰12는 흥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패널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아이폰12 특수를 누리지 못할 수 있다. 

애플전문가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이 중국에서 위챗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판매량의 25~30%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패드와 맥 등 다른 애플 기기 판매량도 15~2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 기기에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는 심각한 악재다.

디스플레이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면한 화웨이 매출 감소는 시장에서 화웨이를 대신하는 중국 기업들의 대체 수요로 만회가 가능하다”며 “중국 내 아이폰 판매 감소라는 잠재적 위협이 현실화했을 때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입을 타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중국이 애플 불매 등 보복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애플 아이폰이 주로 중국에서 생산돼 중국 경제에서 애플 공급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한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관련해 “중국이 애플을 겨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