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미국 수소전기트럭업체 니콜라 사기 논란의 확산으로 수소사업 확대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나온다.

니콜라의 행보가 사기로 판명되면 투자를 이끈 것으로 알려진 김동관 한화 전략부문장 겸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 부사장의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니콜라 사기 판명되면 한화그룹 수소사업 차질, 김동관 타격도 불가피

김동관 한화 전략부문장 겸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 부사장.


14일 블룸버그 등 외신을 종합하면 트레버 밀턴 니콜라 CEO가 미국 금융분석업체 힌덴버그리서치의 사기 주장을 놓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정식으로 문제 제기할 계획을 밝히면서 사기 논란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나온다.

밀턴 CEO는 애초 사기 논란이 불거진 뒤 트위터를 통해 14시간 안에 의혹을 직접 해명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는데 결과적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를 통한 해결을 선택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조사가 시작되면 최소 몇 주 이상 걸리는 만큼 그 사이 니콜라 사기 논란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그룹은 니콜라에 직접 지분투자를 한 국내 유일의 기업집단으로 지분투자뿐 아니라 사업 파트너로 니콜라를 앞세워 미국 수소사업 확대까지 노리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수소충전소에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 공급할 권한을 지니고 있고 한화종합화학은 수소충전소 운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니콜라와 협력을 통해 큐셀부문에서 미국 수소충전소용 태양광 모듈 공급, 첨단소재부문에서 미국 수소충전소용 탱크와 트럭용 수소탱크 공급, 케미칼부문에서 수소생산기술 개발 등을 준비하고 있는데 니콜라가 시장 신뢰를 잃으면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더군다나 니콜라와 협력은 김동관 부사장이 실무진과 함께 밀턴 CEO을 직접 만나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관 부사장은 과거 10년 동안 태양광사업을 한화그룹의 주력사업으로 키워내며 시장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태양광에 이어 수소사업 확대를 위해 니콜라를 주요 파트너로 삼았는데 사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미국 현지에서 니콜라 사기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만큼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니콜라가 나스닥에 상장하던 6월 “니콜라가 2016년 12월 공개한 수소트럭 ‘니콜라 원’에는 수소연료전지가 없었다”며 “니콜라의 제품생산 능력은 의문 투성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서 니콜라의 수소전기차 기술 경쟁력에 의문을 지속해서 제기했는데도 미국 1위 자동차업체인 GM(제너럴모터스)는 최근 니콜라에 20억 달러 규모의 지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힌덴버그리서치가 니콜라의 주가 하락을 노린 공매도 투자자로서 니콜라와 GM의 협력 발표 다음날에 보고서를 낸 점도 주장의 신빙성을 낮추게 하는 요인이다. 
 
니콜라 사기 판명되면 한화그룹 수소사업 차질, 김동관 타격도 불가피

▲ 트레버 밀턴 니콜라 창업주 겸 CEO.


GM측은 실제 힌덴버그리서치의 보고서가 나온 뒤 입장문을 통해 “니콜라와 협력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니콜라에 관한 의혹을 일축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니콜라는 상장 전부터 있었던 루머가 반복되고 있는데 니콜라의 역량 여부는 내년 이베코와 유럽 생산, 2022년 GM과 미국 생산에서 확인될 것”이라며 “니콜라 능력이 사기라면 생산 파트너들이 이를 선제적으로 확인해 줄 것”이라고 바라봤다.

재계에서는 니콜라 행각이 최종적으로 사기로 결론 나더라도 글로벌 수소산업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한화그룹이 받을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니콜라 주가가 힌덴버그리서치 발표 이후 크게 떨어지긴 했지만 한화그룹은 2018년부터 니콜라에 투자해 여전히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한화그룹은 2018년 한화에너지 5천만 달러, 한화종합화학 5천만 달러 등 니콜라에 모두 1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11일 종가 32.13달러 기준 니콜라 지분 가치는 7억 달러 이상으로 수익률이 투자금의 7배가 넘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현재 니콜라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며 사업 진행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며 협업하고 있다”며 “이번 논란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 달라진 점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