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 지주사 한솔홀딩스가 배당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은 한솔홀딩스의 특별관계자 지분율이 낮다는 지배구조의 약점을 안고 있었는데 한솔홀딩스의 배당이 안정적 지배력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솔홀딩스 배당여력 확보, 조동길 지분 확대 위한 자금 마련도 가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14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해보면 2021년 한솔홀딩스는 3년 만에 결산배당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1주당 100~150원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2020년 상반기에 주력 자회사인 제지회사 한솔제지와 전자재료회사 한솔테크닉스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9%, 47.7%씩 늘었다.

특히 한솔제지는 한솔그룹 매출의 40%를 혼자 감당하는데 올해 코로나19로 비대면문화가 확산하면서 포장지 수요가 늘어 영업이익이 2015년 분할 이후 최대인 120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솔홀딩스는 앞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보통주 액면가를 5천 원에서 1천 원으로 낮추는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2359억 원에서 420억 원으로 낮췄다.

내년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감자차액 1939억 원을 잉여금으로 전입해 배당재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계열사들이 실적 개선에 따른 배당 확대로 한솔홀딩스에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하면 한솔홀딩스의 배당여력은 커지게 된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솔홀딩스는 재무구조 변환으로 내년부터 배당을 재개할 수 있는 가운데 계열사들의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며 “배당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 등의 추가 주주친화정책까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파악했다.

한솔홀딩스의 배당은 조동길 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 회장은 올해 2분기에만 한솔홀딩스 주식을 238만5314주 장내매수하며 지분율을 10.28%에서 17.23%까지 대폭 끌어올렸다.

한솔홀딩스는 코로나19로 주가가 떨어지자 오너가 책임경영 차원에서 주가 방어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가 방어의 이면에는 한솔그룹의 안정적 지배력을 구축한다는 의미도 있다.  

현재 한솔홀딩스의 특별관계자 지분율은 30.3%다. 조 회장이 3.04%만 더 사들이면 전체 발행주식 수의 33.34%(3분의 1 이상)를 확보할 수 있다.

회사의 정관 변경, 주식 병합, 자본 감소, 이사나 감사의 해임, 분할이나 인수합병 등 경영상의 주요 안건은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만약 전체 발행주식수의 3분의 1이상이 반대한다면 이런 안건은 승인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특별관계자 지분율 33.34%는 적대적 주주제안으로부터 경영을 방어하는 기준으로 여겨진다.

조 회장은 증권업계에서 예상하는 대로 한솔홀딩스 배당이 실시된다면 해마다 10억 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한솔홀딩스나 한솔제지에서 받는 보수 외에 또 다른 지분매입 재원이 된다. 2021년이나 2022년에는 특별관계자 지분율 33.34%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솔그룹이 안고 있는 오너 지배력의 취약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조 회장은 어머니인 이인희 전 한솔그룹 고문으로부터 후계자로 낙점받은 뒤 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에 착수했다. 그룹의 주력인 한솔제지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투자회사를 지주사 한솔홀딩스로 삼는 과정에서 감자차손 1196억 원이 쌓였다.

이는 한솔홀딩스 재무제표상의 배당가능이익을 마이너스로 만들어 한솔홀딩스가 배당을 실시할 수 있는 현금흐름을 창출하면서도 배당을 실시하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 

한솔그룹의 지배구조 전환작업이 어느 정도 끝난 2016년 말 기준으로 한솔홀딩스의 특별관계자 지분율은 19.37%에 불과했다.

이후 조 회장은 한솔홀딩스 지분을 사들이는 데 주력했으나 배당의 지원을 받지 못해 지분 확대의 속도는 더뎠다. 더욱이 최근 2년 동안 한솔홀딩스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연합의 공세를 막는 데 애를 먹었다.

한솔홀딩스 소액주주연합은 지난해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액면가 감소(무상감자)에 따른 자본금 조정안건과 이사 선임안건 등 회사가 상정한 안건을 거부하고 이사의 보수 삭감과 소액주주연합이 추천한 인물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2019년에는 소액주주연합이 20% 이상의 지분을 모아 조 회장을 강력하게 압박했다. 당시 한솔홀딩스의 특별관계자 지분율은 21.82%로 자칫하면 적대적 주주제안이 승인받을 수도 있었다.

조 회장은 국민연금 등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아 소액주주연합의 적대적 제안을 막아낼 수 있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무상감자 안건을 포기해 한솔홀딩스가 불성실 공시법인에 지정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주가가 낮아진 기회를 틈타 지주사 지배력을 크게 키웠다. 이제는 배당금의 지원까지 받으며 안정적 지배력을 확립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솔홀딩스는 배당 실시 여부를 확실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배당 의지 자체는 확실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솔홀딩스 관계자는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의 30~40%를 주주환원정책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기조를 세웠다”며 “배당금과 관련해서는 내년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