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조선3사 야드에도 코로나19 공포가 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선박 건조작업이 멈추더라도 단기간의 조업정지일 때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조업정지가 장기화하면 조선3사가 쌓아 온 선박 정상인도(설계나 견적의 변화 없이 선박을 기한 안에 인도하는 것)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조선3사에도 코로나19 엄습, 선박 정상인도 지키기 위해 방역 총력전

▲ (왼쪽부터)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현대중공업은 코로나19가 집단감염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지금까지 지켜 온 코로나19 방역태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10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아직까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두 조선사는 국내에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처음 퍼지던 2월 초부터 거제도의 조선소 견학행사를 닫고 방역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현재는 집단 직원교육을 최소화하고 조선소 근무자의 지역출장을 금지하는 등 감염경로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으며 사업장 출입구에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하고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체온을 측정하는 등 확진자를 식별하는 데 힘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모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으나 마음을 놓을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9월 들어 현대중공업에서 확진자가 7명 발생하면서 야드 방역이 언제든 뚫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지침을 주시하고 있다”며 “지침이 강화된다면 대우조선해양도 그에 맞춘 강화된 코로나19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책에 빈틈을 만들지 않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더욱 강력한 대응책의 시행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은 기계장치로 제품을 생산하는 일반적 제조업과 달리 인력 운용계획에 따라 작업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가능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야드 가동을 멈추더라도 단기적 조업중단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코로나19는 1명의 확진자가 집단감염으로 크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전염병이다. 집단감염으로 조업중단이 장기화해 현재 건조하는 선박의 인도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조선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라는 특성상 다른 산업군보다 집단감염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더 높다.

장난조선소, 상하이와이가오차오조선 등 중국 조선사와 셈코프마린, 케펠 등 싱가포르 조선사들은 코로나19의 초기 방역에 실패한 탓에 2~3월 야드 가동을 멈춘 뒤 7~8월에나 선박 건조작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선박 인도일정도 모두 뒤로 미뤘다.

비슷한 상황이 한국 조선3사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조선3사가 그동안 지켜 온 선박 정상인도를 향한 선주사들의 신뢰가 훼손될 수도 있다.

이미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중국 조선사들이 정부의 선박금융 지원과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조선3사가 기술력으로 세운 아성을 넘보고 있다. 최근 프랑스 에너지회사 토탈과 네덜란드 에너지회사 로열더치쉘은 LNG(액화천연가스)추진 원유운반선을 중국 조선사들에 발주했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중국 조선사들이 조선3사보다 1척당 500만 달러가량 낮은 건조가격을 제시한 점을 들며 가격 경쟁력으로 기술 격차를 메운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선3사가 만약 정상인도를 못하게 되는 사태라도 발생한다면 수주 경쟁력이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정상인도는 한국 조선사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조선사들에 밀리면서도 수주 1위를 지키는 원동력 가운데 하나”며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되는 가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의 코로나19 확진자 대응조치에서는 정상인도를 지키기 위한 절실함이 엿보인다.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은 6일부터 9일까지 울산조선소 직원 5명과 가족 2명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현대중공업은 확진자가 나온 건물을 폐쇄하고 이 건물을 이용하는 직원 2100여명에 전수검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그렇지만 현대중공업은 이 가운데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직원 350여명에 내린 자가격리 조치를 취소하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규모 감염 확산에 따른 인도일정 지연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면 자가격리 연장에 따른 다소의 공정 차질은 감수할 수 있다”며 “방역에 더욱 신경 써 조선소에서 코로나19를 몰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