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이 인수합병(M&A)을 통한 제약바이오사업 키우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진 회장은 인수합병으로 사업의 중심을 필름, 화학에서 제약바이오로 옮긴 글로벌 제약사 UCB 등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양곤, 에이치엘비의 인수합병으로 제약바이오 성장모델 성공할까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


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엘비가 국내 바이오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합병 전략을 펼치며 외형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진 회장은 올해 들어서만 2건의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에이치엘비는 올해 2월 미국의 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기업 이뮤노믹의 지분 51%를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또 9월1일에는 관계사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을 통해 국내 제약사 메디포럼제약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메디포럼제약은 2019년 연결기준 361억 원의 매출을 낸 중소제약사다. 2018년 대비 2019년 매출 증가율이 77.2%였는데 이는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높다.

진 회장은 이뮤노믹과 메디포럼제약 인수를 통해 제약바이오를 주력 사업으로 키우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에이치엘비는 본래 구명정과 파이프 제조업체다.

진 회장은 에이치엘비를 통해 2009년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을 개발하던 미국 신약 개발회사 엘레바를 인수하면서 처음 제약바이오산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에이치엘비의 매출 대부분은 구명정을 비롯한 복합소재사업에서 나오고 있다.

2020년 1분기 기준 에이치엘비의 제약바이오사업 매출 비중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메디포럼제약의 매출이 에이치엘비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한국거래소(KRX)의 산업분류도 운송장비업체에서 제약사로 변경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은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와 달리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진 회장은 본래 투자업계에서 인수합병 전문가로 유명했던 인물로 후발주자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인수합병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인수합병을 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신약 개발의 시간과 비용, 실패를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오제약은 어느 업종보다 규모가 중요한 산업으로 꼽힌다. 규모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신약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수십 년의 시간, 99%에 이르는 신약 실패확률을 버텨낼 수 없다.

에이치엘비는 현재 인수합병을 위한 자금을 충분히 쥐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2020년 6월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약 1521억 원 보유하고 있다. 관계사인 에이치엘비생명과학도 242억 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에이치엘비의 성장전략은 벨기에 글로벌제약사 UCB와 닮아있다.

UCB는 1982년 창립해 처음에는 화학, 필름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이를 통해 축적한 자금으로 2005년 제약바이오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뒤 유럽 대형 제약사인 셀텍, 슈바르츠 등을 인수하고 다른 사업부는 매각하면서 순수 제약바이오기업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UCB는 현재 연매출 6조 원의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으로 성장했다.

또한 일본의 다케다, 아스텔라스, 다이치산쿄, 에자이 등도 인수합병으로 글로벌 50대 제약회사가 된 대표적 사례들이다. 

일본 1위 제약사 다케다는 2008년 밀레니엄파마, 2011년 나이코메드, 2012년 URL파마, 2013년 인비라겐, 2017년 아리아드파마, 2018년 지네틱스 등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세계 10위권 제약사가 됐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에서 성공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인기 있는 기업이었고 끊임없이 인수합병을 했으며 파트너들과 신사업에 투자한 기업이었다”며 “에이치엘비도 이런 방법으로 바이오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인수가 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