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성 현대로보틱스 대표이사가 로봇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현대로보틱스의 실적을 개선하고 로봇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산업계 전반에서 진행되는 자동화 바람을 타기 위해서다.
 
현대로보틱스 사업다각화 서둘러, 서유성 현대중공업지주 기여 무거워

▲ 서유성 현대로보틱스 대표이사.


23일 현대로보틱스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사업 포트폴리오를 기존의 자동차산업이나 공작기계, 물류 등 일반산업용 로봇 중심에서 정밀산업용 로봇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정밀산업용 로봇 가운데 디스플레이 제조용 로봇은 개발 완료를 앞두고 있으며 전기차배터리 제조용 로봇은 이미 개발을 마치고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서유성 대표는 산업용 로봇의 범주를 넘어선 사업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앞서 7월 현대건설과 건설로봇 관련기술을 공동으로 연구하는 양해각서를 맺고 건설현장의 작업용 로봇과 모바일 서비스로봇을 개발하기로 했다.

지난 6월에는 KT의 지분투자를 유치하고 지능형 서비스로봇과 자율주행기술 관련 연구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서 대표는 이런 사업 다각화를 통해 실적이나 글로벌 점유율 등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앞서 5월 자체사업부문인 로봇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현대로보틱스를 설립하면서 2022년 현대로보틱스의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2024년에는 매출 1조 원, 영업이익 1천억 원을 내는 회사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현대로보틱스는 2분기 매출 544억 원, 영업이익 18억 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특히 영업이익 18억 원은 지난해 2분기보다 73.9% 급감한 수치다. 영업이익률로 따지면 12.3%에서 3%까지 급락했다.

서 대표는 현대로보틱스의 독립법인 출범 첫 분기부터 쓴맛을 본 셈이다.

현대로보틱스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산업용 로봇시장의 업황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며 “가격 경쟁이 치열해져 판매단가를 낮춰 대응하면서 영업이익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예상치 못한 변수인 만큼 서 대표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오히려 실적보다 글로벌 로봇시장에서 현대로보틱스의 입지가 그다지 탄탄하지 않다는 점에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로봇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로봇시장은 상위 회사들의 입지가 탄탄해 그 아래 회사들이 쉽사리 점유율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며 “현대로보틱스가 상위 회사들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시장 성장세에 걸맞은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지경제연구소가 낸 ‘2020 글로벌 로봇시장의 현재와 미래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시장은 2019년 93억 달러 규모로 2018년보다 13% 커졌다. 2025년까지 연 평균 14%씩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대로보틱스는 2019년 로봇 매출이 2억2200만 달러로 2018년의 2억4200만 달러보다 오히려 후퇴했다.

이 기간 글로벌 점유율 순위는 6위를 유지했지만 점유율은 3%에서 2%로 낮아졌고 7위인 일본 나치후지코시와 매출 차이는 2800만 달러에서 190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글로벌 로봇시장은 1위 파눅(일본), 2위 쿠카(독일), 3위 ABB(스위스), 4위 가와사키(일본), 5위 야스카와(일본) 등 톱5의 지배력이 강력하다.

서 대표는 현대로보틱스가 일반 산업용 로봇에만 집중해서는 이들의 아성을 깨기 어렵다고 보고 사업범위를 넓혀 추격의 고삐를 더 죄려는 것이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그룹 안에서도 기대받고 있는 계열사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로보틱스의 분할로 자체사업이 없는 순수지주사가 됐다. 눈앞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보다 현대로보틱스가 성장한 뒤 배당을 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낫다는 계산이 깔린 선택이다.

KT의 지분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는 오너경영자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이 직접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을 만나 논의를 진행하며 서 대표를 지원사격하기도 했다.

현대로보틱스를 키워야 하는 서 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서 대표는 1962년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기계설계학과를 나왔다.

198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엔진기계사업본부 사업운영부문장, 기획 및 구매부문장을 거쳤다. 2018년 현대중공업지주 로봇사업대표에 오른 뒤 2020년 5월 현대로보틱스 설립과 함께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